'다음 공동 창업자'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의 쓴소리 "모바일 앱 시장 이미 포화상태"
“5년 전 한국에 아이폰3GS가 들어온 것을 계기로 ‘모바일’이란 기회가 생겨났고, 많은 스타트업이 기회를 잡았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 기회가 닫혀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27일 만난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사진)는 “스마트폰 도입 초창기에는 기존에 있던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기기만 해도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그런 영역은 이제 일찍 창업한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 모두 차지해 버렸다”며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B2C)는 점점 문이 닫히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공동 창업자다.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4년 선배인 이재웅 씨와 함께 1995년 다음을 창업해 2008년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2010년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등과 함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프라이머를 세워 젊은 창업가들을 길러내고 있다.

◆모바일 앱 시장 포화 경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시장의 포화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의 걱정거리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비슷한 서비스가 개발되는 것에 대해 “창업자는 자신이 만든 서비스가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존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이라 판단해 뛰어들지만 이미 3~4년 전에 다른 스타트업이 도전해보고 전망이 없어 접은 영역인 곳도 많다”며 “창업을 결심했다면 철저하게 시장 조사를 하고 이전에 실패했던 스타트업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열성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쓴소리는 이어졌다. 그는 분위기에 휩쓸려 창업하는 행태를 가장 경계했다. “취업이 안 된다고 남들 따라 창업하는 것은 퇴직자가 치킨집 차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창업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 대기업에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창업을 말리고 싶은 사람도 여럿 봤다”며 “내가 창업에 적합한 사람인지 확신이 안 든다면 스타트업에서 몇 달간 인턴이라도 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IoT에서 기회 찾아야

창업을 꿈꾼다면 단순히 모바일에만 기반을 둔 서비스보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오프라인 투 온라인(O2O)’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볼 것을 이 대표는 권했다. 그는 “IoT라고 하면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만 생각하는데 양식장에서 어종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처럼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할 수 있다”며 “산업 현장이나 생활에서 IoT가 활용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스마트폰의 할인 정보와 쿠폰을 보내주는 등의 O2O는 전자상거래와 결합해 잠재력이 크지만 소비자가 받아들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모바일 결제 등 금융 스타트업은 정책 리스크가 큰 데다 은행 또는 카드사도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작은 스타트업이 기회를 잡기 힘든 시장이란 분석이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투자 열기에 대해선 “조금 과열되긴 했지만 버블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은 부족한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다 보니 될 만한 스타트업에만 몇십억원, 몇백억원씩 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2000년대 닷컴버블 때처럼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