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중국 매출 3조원 목표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의 번화가인 화이하이중루(淮海中路)에 자리한 바이성(百盛) 백화점 1층.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인 '라네즈' 매장에 들린 직장인 푸핑팡(29·여) 씨는 별다른 고민 없이 원하는 에센스 제품을 집어들고 계산까지 바로 마쳤다.

푸 씨는 "5년 전 친구 추천으로 라네즈의 에센스를 사용했는데 보습력이 좋아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브랜드보다 한국 브랜드 제품이 중국 여성 피부에는 더 적합한 것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중국 화장품 수출과 현지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7억9천593만2천 달러로, 관세청이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발생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수 출뿐 아니라 중국 현지 매출도 증가해 대표적인 한국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경우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29.1% 증가했으며, 2020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매년 평균 41%씩 성장해 매출 3조원 이상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1992년 중국 오상에 지사를 설립한 이후 라네즈, '마몽드', '설화수',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5개 화장품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였다.

한국 화장품의 이러한 높은 인기에 중국의 주요 유통 채널에서 위상도 달라졌다.

한 예로 라네즈 매장의 경우 2002년 당시 바이성 백화점 2층 에스컬레이터 뒤편에 6㎡ 규모로 입점했으나, 매출이 증가하고 찾는 고객이 늘자 1층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고 매장 크기도 두 배 정도 넓혔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는 다음 달 홍콩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인 레인 크로포드 백화점과 IFC몰에 입점해 중화권 지역에 처음 소개될 예정이다.

레인 크로포드 백화점의 아모레퍼시픽 매장 위치는 현재 외국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프레시'가 있는 곳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로 한류의 영향과 우수한 품질을 꼽는다.

피 온 입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홍콩 법인장은 "홍콩은 스킨케어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3%로 높고 1인당 화장품 구매 금액도 한국보다 29% 높은 곳"이라며 "이 중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높은 자체 기술력과 고객 충성도로 2000년 이후 홍콩에서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품질 제고와 제품의 현지화를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6개 지역의 종합병원 6곳의 피부과 의사진과 함께 연구회를 조직해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이 같은 중화권 지역의 높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지난 22일 상하이 자딩취 마루쩐(嘉定區 馬陸鎭) 공업 지역에 뷰티 사업장을 새로 설립했다.

중 국인 피부에 적합한 화장품을 연구·개발하는 것은 물론, 생산과 유통 효율성을 위해 기존의 선양 공장(1994년 준공)과 상하이 R&I(Research & Innovation) 센터(2004년 설립)를 한 데 모은 이 사업장은 대지 면적이 축구장의 12배 크기인 9만2천787㎡, 건축 면적만 4만1천1㎡이다.

4개 층으로 구성됐으며 1∼2층에는 생산동과 포장재·물류 창고, 3층에는 복지 공간, 4층에는 연구소와 사무실이 들어섰다.

연간 본품 기준으로 1억 개, 중량 기준 1만3천t, 금액 기준 1조원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제품 1만PLT를 보관 및 운송할 수 있는 물류 능력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석·박사 이상의 연구원 30명을 포함해 3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마몽드(89%), 이니스프리(10%), 에뛰드(1%) 제품을 생산하며, 생산한 제품은 모두 중국에서 판매된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향후 이 사업장을 증축해 2020년에는 2조8천억원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늘어나는 수요를 위해 매장 수도 중국과 홍콩에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10월 현재 두 지역의 매장 수는 3천5개다.

특히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입하는 물량을 늘려 급격히 증가하는 중국의 프리미엄 뷰티 시장과 현지 화장품 업체의 추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은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의 뷰티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2020년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 마련을 위해 상하이에 세계적인 수준의 뷰티 사업장을 준공했다"고 말했다.

(홍콩·상하이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