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모뉴엘의 수상한 행보를 감지하고 850억원에 달하는 여신을 1~2년 새 전액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이던 우리은행은 2012년 말 기존의 850억원 규모의 여신 외 추가대출 요청을 받았다. 당시 모뉴엘은 겉으로 드러난 재무 상태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영업이익률도 10%를 넘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심사를 맡은 우리은행 K팀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관련 업계의 상황에 비해 매출 규모나 성장률 등이 지나치게 좋다는 점을 의심했다. 모뉴엘이 판매하는 로봇청소기와 홈시어터PC(HTPC) 등이 주목받는 제품이긴 했지만 성장률이 매년 50% 이상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국의 동업계 회사들과 비교해봐도 모뉴엘 성장률은 너무 높았다. 특별한 영업 노하우가 있는지도 살펴봤지만 다른 가전제품 제조업체와 다를 바가 없었다.

회계장부도 미심쩍었다. 2011년 말 기준 대차대조표에는 매출채권 잔액이 152억원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런데 각주에 매출채권을 할인한 금액이 2005억원으로 잡혀 있었다. 매출채권이란 거래처로부터 돈을 바로 받지 못했을 때 나중에 받을 것을 약속하고 받는 채권이다. 따라서 회사의 매출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K팀장은 “152억원어치의 매출채권으로 짐작할 수 있는 매출 규모에 비해 이미 은행으로부터 매출채권을 할인해 빌린 돈이 2005억원이라는 것은 비정상적이라 부실여신으로 의심할 만한 증거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