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둔 조선족 10대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을 도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중국 대출사기조직의 지시를 받아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입금한 돈을 인출해 송금한 혐의(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이모군(15) 등 8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군 등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272개의 대포통장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보낸 돈 6억여원을 42회에 걸쳐 인출해 중국 총책에게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군 등은 중국 국적의 조선족으로 한국에 거주비자(F2)로 입국했지만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둔 뒤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강모군(15)이 지인으로부터 “대출사기 피해자들이 보내온 돈을 인출해주면 금액의 5~10%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중국 중학교 친구와 선후배들을 모았다.

이들은 인출금의 5∼10%를 수당으로 챙겨 주로 생활비나 유흥비로 탕진했으며, 외제 승용차를 빌려 타고 다고 월세 60만원짜리 오피스텔에서 합숙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군 등이 아직 어려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린 나이에 비해 수법이 계획적이고 치밀해 공범과 여죄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