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단풍도 삶도 끝이 아름다워야 진짜
붉은 담쟁이넝쿨 잎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선명한 잎사귀들은 가을날의 한 모퉁이를 화사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들은 머지않아 땅에 떨어져 고운 낙엽길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담쟁이넝쿨 잎들이 이렇지는 않다. 반 이상은 누렇고 검게 말라 땅에 떨어진다. 어렸을 때는 모두 푸르고 싱싱해 보이지만 긴 시간 동안 이들이 얻은 양분, 햇빛, 바람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어떤 잎들은 발갛게 꽃 같은 단풍을 이루고, 어떤 잎들은 시들시들 말라간다. 잎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있었다면 어여쁜 빛으로 물들지 않는다. 그래서 담쟁이넝쿨의 1년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지난 열 달 동안 최선을 다했는데도 큰 빛을 보지 못했다면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올해가 가기 전에 화려한 빛으로 물들게 될 것이다.

글·사진=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