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3분기(애플 회계기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1일 여의도 증권가의 전자·IT담당 연구원(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말이다.

세계 고가 스마트폰 성장 둔화 속에서도 애플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공개하자 앞서 부진한 3분기 성적을 예고했던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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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3분기 호실적…4분기도 어닝 서프라이즈 예고

이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애플은 3분기 매출 421억 달러, 순이익 84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4%, 12.9% 증가한 수치다.

호실적의 배경은 기대를 웃돈 아이폰 판매량. 3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3900만대로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의 평균 예상치보다 100만대 이상 많았다. 이 수치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애플은 4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전년 동기보다 10.2%~15.5% 늘어난 635억~665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화면을 키운 아이폰6가 나오면서 북미, 유럽 등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며 "그동안 대화면 아이폰에 대한 대기 수요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애플의 4분기 가이던스를 역추산해 보면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최소 6700만 대 이상 될 것"이라며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를 통해 기존 대화면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했던 삼성전자에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플이 없던 '놀이터'(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잘 놀아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이 센터장은 "아이폰이 선전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고가 스마트폰인 갤럭시S5는 판매량 면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갤럭시S5를 보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삼성이라고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3분기 갤럭시S5 판매량이 2분기(1860만대)보다 줄어든 1040만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요즘같은 저성장 시대에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시장 성장을 초과했던 삼성전자가 역신장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 역시도 "이번 분기 아이폰 판매량을 보면 그동안 대화면 아이폰에 대한 대기수요가 컸다는 걸 알수 있다"며 "애플이 북미지역에서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노 센터장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한 자릿수로 둔화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기존의 전략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경쟁에서 쉽게 앞서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 '규모의 경제' 활용한 가격경쟁력 확보 '관건'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3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매출은 47조원,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무선사업부(IM)의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IM영업이익은 2조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가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둔화하고 있긴 하지만 이 시장 양대 축이었던 애플과 삼성을 놓고보면, 결국 삼성이 애플에게 밀린 것"이라며 "특히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애플이 점점 삼성 입지를 좁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현실을 직시하고 노키아처럼 중저가 제품 믹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승부할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 주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인도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이미 지난 2분기 러시아에서 점유율이 절반 가까이 줄며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원래 '레드오션'에서 잘하는 회사"라며 "남보다 빨리 대량으로 잘 만드는 게 삼성 'DNA'의 본질인만큼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가격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가 스마트폰에서는 확실한 차별화를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 센터장은 "이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서 시장점유율을 지키던지, 다른 시장을 개척하던지 전략의 변화를 줘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진은 세계 스마트폰 업체 전반의 상황이라기 보다는 삼성전자의 '위기'로 봐야 한다"며 "갑작스럽게 올라갔던 이익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