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그린주의 사장이 서울 면목동 본사에서 구매대행을 하는 필기구와 컵 등 사무용품을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김현미 그린주의 사장이 서울 면목동 본사에서 구매대행을 하는 필기구와 컵 등 사무용품을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김현미 그린주의 사장이 2004년 3월 회사를 차렸을 때 그린주의는 1인 기업이었다. 서울 면목동에서 프린터 토너를 만드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시작했다.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으로 점차 확장하면서 올해 매출 150억원 규모로 키웠다.

이 회사 직원 50명 중 15명은 장애인이다. 이 비율을 늘 30% 이상 유지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김 사장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2007년에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고용노동부에 신청했는데 당시 아름다운 가게 등과 함께 처음 선정됐다”며 “장애인들은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직원”이라고 강조했다.

○소모성 자재 사업성 발굴

그는 창업 전 외국계 보험사에서 계약심사 일을 했다. 좀 더 보람있는 일을 찾던 중 재무설계 담당자들이 일일이 자료를 프린트해서 들고 다니는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됐다. 김 사장은 “TV나 냉장고는 한번 사면 5년, 10년 동안 재구매를 하지 않지만 토너나 종이 같은 사무용품은 수요가 꾸준한 품목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작은 재생 토너 공장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재생 토너를 판매하는 것도 어렵고 세무회계 같은 기본적인 회사 운영 지식도 없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는 여성벤처협회에 가입하고 여러 단체에서 하는 회계 강의를 들었다. 지금까지 12년 동안 저녁마다 공부했고 가천대에서 ‘사회적 기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내년 2월엔 가천대에서 창업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여성기업으로서 공공기관에 제품 설명회를 할 기회가 생기고 거래처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5억원, 10억원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토너를 구입하는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물품은 없느냐’고 찾으면서 볼펜 컵 커피 등 4만여개 사무용품을 취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문구와 손잡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판매했다.

김 사장은 “전자결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전력 한국남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500여개 거래처 가운데 50여곳에서 우리 전자결재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김 사장의 꿈은 그린주의를 장수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도 기업으로서의 자생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냉철한 사업가 마인드로 이윤을 내고, 그 이익을 사회에 되돌려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 가운데 정부에 의존하면서 지원금만 받으려는 곳은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일반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것은 여성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사회적 기업은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이 필요하므로 많은 여성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좀 더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개발 중”이라며 “장수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워 후배들에게 물려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