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부문 임금인상, 너무 쉽게 본다
그동안 임금인상 등을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고 말해 왔던 정부는 공공부문 임금인상이 민간기업에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도 IMF 총회 참석차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현지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공무원의 보수를 올리는 건 민간에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기업도 임금인상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런 요구가 디플레 우려에서 나왔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공공부문 임금부터 슬쩍 올린다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과연 수긍하겠나.
지금 민간기업은 임금을 올리고 싶지 않아서 못 올리는 게 아니다. 대내외적으로 온갖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지경이다. 그런 마당에 정부가 임금인상까지 압박하면 기업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노조는 정부도 임금을 더 주라고 하는데 왜 안 주느냐며 투쟁 일변도로 나올 게 뻔하다. 설령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인상에 나선다고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만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예상되는 부작용은 그뿐이 아니다. 정부는 사기진작 필요성 운운하지만 이런 식으로 임금을 올리면 공공기관 개혁도 뒷걸음질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8% 임금인상률이면 2012년 이후 3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 2%대와 비교해도 훨씬 높다. 그동안 과도한 복지 등으로 지탄받아 온 공공기관을 정상화하자는 마당에 정부가 무턱대고 임금을 올리면 뭘 어떡하자는 건가. 정부와 공공기관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정상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