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의 내년 임금을 3.8% 인상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내년도 공무원 임금인상률이 3.8%로 결정된 데다 통상 공공기관 임금인상도 공무원과 비슷하게 책정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나올 만한 주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하지만 아마도 여론을 떠보기 위해 미리 흘린 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임금인상 등을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고 말해 왔던 정부는 공공부문 임금인상이 민간기업에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도 IMF 총회 참석차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현지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공무원의 보수를 올리는 건 민간에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기업도 임금인상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런 요구가 디플레 우려에서 나왔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공공부문 임금부터 슬쩍 올린다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과연 수긍하겠나.

지금 민간기업은 임금을 올리고 싶지 않아서 못 올리는 게 아니다. 대내외적으로 온갖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지경이다. 그런 마당에 정부가 임금인상까지 압박하면 기업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노조는 정부도 임금을 더 주라고 하는데 왜 안 주느냐며 투쟁 일변도로 나올 게 뻔하다. 설령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인상에 나선다고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만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예상되는 부작용은 그뿐이 아니다. 정부는 사기진작 필요성 운운하지만 이런 식으로 임금을 올리면 공공기관 개혁도 뒷걸음질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8% 임금인상률이면 2012년 이후 3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 2%대와 비교해도 훨씬 높다. 그동안 과도한 복지 등으로 지탄받아 온 공공기관을 정상화하자는 마당에 정부가 무턱대고 임금을 올리면 뭘 어떡하자는 건가. 정부와 공공기관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