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한 명이 최대 32건의 연구과제를 동시에 맡는 등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의 과제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출연연 25곳의 연구원들은 1인당 평균 4.9건의 연구과제를 맡고 있다”며 “한국기계연구원은 1인당 8.1건, 세계김치연구소는 6.7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연구과제를 맡으면 건당 연간 네 번 정도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담당 과제가 많다 보니 상당수 연구원이 매달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연구에 매진할 수 없다는 게 민 의원의 주장이다. 민 의원은 “연구비 마련을 위해 과제를 많이 따야 하는 게 현실이지만 1인당 평균 5건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연구원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연연의 연구개발(R&D) 생산성이 낮아진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연구생산성이 2012년 4.5%에서 작년 3.9%로 떨어졌다”며 “R&D의 최종 수요자인 기업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R&D 결과물을 사업화하기 위해 연구소기업을 잇달아 설립하고 있지만 70% 이상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연이 설립한 연구소 기업은 75곳이다. 이 가운데 작년 8곳, 올해 29곳이 신설됐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2년까지 설립된 38개 기업 중 폐업한 곳이 10곳, 매출이 없거나 2년 연속 적자를 낸 기업이 18곳으로 전체의 73.7%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