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경영학이 설명하는 기업…2% 모자란 느낌 왜?
기업 또는 경영의 목표는 무엇일까. 경영학에서 제시하는 답은 자명하다. 화폐가치로 측정되는 이익 극대화나 기업가치 혹은 주가의 극대화다. 하지만 경영학에서 정의하는 기업가치나 주가는 결국 자본가, 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일 뿐 기업 자체의 가치는 아니지 않을까. 또 개인의 의사 결정에는 재산의 화폐가치가 아닌 효용함수(소비에 따른 만족도를 표시하는 함수)를 도입해 설명하는데, 기업의 목표에는 굳이 화폐가치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석승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학,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에서 경영학이 당연시하는 기업의 목표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경영학은 이런 궁금증에 함구하거나 취약한 논리의 정당화만 제공할 뿐이다.

저자는 현대경제와 사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업의 목표에 대한 궁금증과 여기서 파생되고 발전된 의문들을 풀어줄 실마리를 얻기 위해 역사적 궤적을 추적한다. 화폐 시장 부채 주식 금융시장 주식회사 자본주의 경제학 경영학 등의 탄생과 역사적 발전 경로를 구체적이면서 단편적으로 때론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시간적으로는 문명이 시작될 때부터 현재까지, 공간적으로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 등 전 세계를 넘나든다.

저자가 해석과 함께 제시하는 역사적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경제와 사회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매우 역동적인 경로를 통해 형성된 것이며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제와 경영 원리 중 상당 부분이 당연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예를 들어 기업 이론의 기본이 되는 ‘코즈 이론’에서 로널드 코즈는 기업이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기업이 시장과 경쟁하고 시장을 대체하는 존재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시장 거래가 아닌 권위에 의해 자원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이는 초기 기업이 도덕적 해이와 투기적 이익 추구에서 출발했다는 역사적 관찰과 부합하지 않는다. 시장 거래의 존재를 당연시한 것도 문제다. 역사적으로 기업은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졌고, 시장 제도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치·문화적 산물이며, 기업은 협동과 계약의 주체로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업이 이익이나 가치를 극대화하면 당연히 사회에 좋은 것이라는 경제학과 경영학의 통념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기업에 화폐자본을 제공하는 주주와 채권자의 이익 극대화가 사회적 공헌과 방향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저자는 법적으로 인격이 부여된 조직인 기업이 사회에서 존재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극대화하려는 기업가치의 개념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자체의 가치는 결국 생산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사회에 귀속되는 가치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는 채권자와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과 소비자 납품업자 지역사회 정부를 포함한다. 이렇게 구해진 가치를 저자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로 표현한다.

경제학이나 경영학 지식이 없어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가급적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흥미로운 일화들을 소개하며 저자의 주장과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