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빈티지 스타일로 꾸민 호텔 뮤즈.
1920년대 빈티지 스타일로 꾸민 호텔 뮤즈.
서울의 명동과 같은 동네, 시암에서 지상철 BTS로 한 정거장 거리에 칫롬과 프런칫역이 있다. 한 정거장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걷기조차 힘든 시암과는 달리, 거리에서부터 여유가 있다.

칫롬과 프런칫역 부근은 여러 외국 회사가 모여 있는 방콕의 비즈니스 1번지여서 다른 지역보다 고급 숙소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5성급 호텔은 물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6성급 호텔과 부티크 호텔이 모여 있다. 포시즌스, 세인트 레지스, 콘라드, 오쿠라 프레스티지 등 명망 높은 호텔과 한사르 방콕, 호텔 뮤즈 등의 부티크 호텔이 부유한 여행자를 유혹한다.

방콕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랑수언

칫롬과 프런칫역에서 기억해 둘 도로는 랑수언 로드와 와이어레스, 루암루디 거리다. 랑수언 로드는 방콕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거리다. 한사르 방콕과 호텔 뮤즈, 그리고 최고의 루프톱 바와 미슐랭급 레스토랑들이 이 거리에 한적하게 자리해 있다.

프런칫역에서 룸피니공원으로 이어지는 와이어레스 로드에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의 대사관과 5성급을 뛰어넘는 호텔, 은행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 일대는 트렌드세터들을 유혹하는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방콕의 청담동이라 할 만하다.

방콕에서 단 한 군데의 파인다이닝을 간다면?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레스토랑 가간이다. 랑수언 로드에서 골목 안으로 깊숙이 숨어있는 이곳은 아시아베스트 레스토랑 50위에서 2013년 10위, 2014년 3위로 뛰어오른 저력의 레스토랑이다. 개인적으로는 방콕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주저없이 꼽는 곳이다.
 1920년대 빈티지 스타일로 꾸민 호텔 뮤즈.
1920년대 빈티지 스타일로 꾸민 호텔 뮤즈.
인도요리에 분자요리가 접목된 가간

가간은 인도 음식을 분자요리와 접목해 진보적인 인디안 퀴진을 선보이는 곳. 이곳의 오너셰프인 가간은 스페인 요리의 대가인 페란 아드리아에게서 요리를 배운 단 두 명의 아시안 셰프 중 한 명이다. 인도의 전 대통령 압둘 카람의 개인 요리를 담당했을 만큼 방콕에 오기 전 이미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가간에서는 계란 노른자 같이 탱글탱글한 식감의 카레맛 요거트와 블랙 트뤼플이 올려진 초콜릿 스노볼 등 창작의 끝을 보여주는 12가지 코스의 테이스팅 메뉴를 맛봐야 한다. 방콕에서 한번쯤 호텔 같은 곳에서 제대로 저녁을 먹겠다고 생각한다면, 이곳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12코스의 ‘so far so good’ 메뉴를 먹는다면 2800바트. 텍스를 포함하면 15만원 정도다.

랑수언 로드의 부티크 강자, 호텔 뮤즈

가간에서 멀지 않은 호텔 뮤즈는 필자가 묵어본 방콕 호텔(최신 호텔과 럭셔리 호텔은 거의 다 묵어봤다) 중 개인적으로 최고 3위 안에 꼽는 호텔이다. 1920년대 유럽의 고전 스타일을 타이 스타일과 함께 우아하게 풀어낸 이곳은 질 좋은 티크나무 바닥과 오래된 여행가방 장식, 다리가 달린 욕조 등이 객실을 채우고 있다.

호텔 안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메디치 키친 앤 바에서는 식사를 하다보면 오페라 가수들이 어느샌가 테이블을 돌며 노래를 부른다. 방콕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호텔 안의 루프톱 바 스피크이지(Speakeasy)도 주류 밀매가 성행하던 192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무허가 술집의 특징과 풍습을 재미있게 재현해내고 있다.

이를 테면 아는 사람에게만 몰래 술을 파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술을 커피잔이나 양념통 등에 담아 팔았는데, 이곳에서도 잼 통에 담은 칵테일을 맛볼 수 있고, 24층에서 25층을 바로 오를 땐 숨겨진 통로의 비밀 문을 찾아 올라갈 수 있다.

파랑(Farang·방콕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부르는 말)과 하이소(방콕의 상류층)들이 즐겨 찾는 브런치의 명소 하이드앤드식(hydeandseek.com)과 방콕 최초로 생긴 크레페 전문점 크레페앤코(crepesnco.com)도 꼭 챙겨 가볼 만한 맛집 명소들이다. 호텔급의 비싼 레스토랑이 많은 동네지만, 르 카페(Re Cafe)처럼 정겹고 소박한 분위기의 명소들도 골목 안에 숨어있다. 칫롬역에 있는 센트럴 칫롬 쇼핑몰 안에는 5000원으로 한 끼를 뚝딱 먹을 수 있는 인기 푸드코트, 푸드 로프트(Food Loft)도 자리해 있다.

랑수언 로드 맛집
 방콕의 호텔 뮤즈 안에 있는 바(bar) 스피크이지.
방콕의 호텔 뮤즈 안에 있는 바(bar) 스피크이지.
●가간 (eatatgaggan.com) 방콕에서 단 한 번의 파인 다이닝 기회가 있다면 이곳을 가도록 추천, 아니 강요하고 싶다.

방콕의 청담동, 칫롬·프런칫의 랑수언 로드…트렌드세터들의 집결지, 미슐랭급 레스토랑이 유혹한다
● 스피크이지 (hotelmusebangkok.com/restaurants/bangkok-rooftop-bar-speakeasy) 호텔 뮤즈 24층과 25층에 있다. 미닫이식으로 돼 있는 비밀 문을 열고 올라가면 360도로 탁 트인 루프톱 바가 나온다. 요즘 방콕에서 가장 인기있는 신생 루프톱 바 중 하나다.

●메디치키친 앤드 바(hotelmusebangkok.com/restaurants) 호텔 뮤즈 지하 1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치형의 어두운 실내는 와인 저장고인 카브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관자살 위에 올려진 푸아그라와 트뤼플의 환상적 궁합, 색이 아름다운 리조토 등이 유명하다.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