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불확실한 미래, 수백개의 시나리오 짜라
다음 세 가지 질문 가운데 가장 ‘불확실’한 것은 무엇인가. (1)내일 비가 올 확률은 90%다. (2)내일 우리 팀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은 50%다. (3)우리가 인연이 될 확률은 바늘 하나가 떨어져 사방 1㎝ 종이 위에 꽂힐 확률이다.

정답은 2번이다. 1번은 일어날 것이 거의 확실하고 3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2번만이 예외다. 앞면이 나올 확률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같기 때문에 결과 예측이 가장 어렵다. 3번을 답으로 생각한 사람은 ‘낮은 승률’을 불확실성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사람들은 항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하며 산다. 하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 비가 올 확률이 90%라면 큰 고민 없이 우산을 챙겨 나오면 되지만 50%라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전략가의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가능한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알맞은 시나리오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통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여러 가지 시나리오로 풀어놓고,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다음, 그 가운데 특정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됐을 때 준비된 대응책을 실행하는 전략경영기법이다.

예측과 시나리오는 다르다. 예측은 열심히 분석하고 좋은 도구를 손에 넣으면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전제한다. 반면 시나리오는 아무도 미래를 예측하거나 예언하지 못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예측은 숫자로 표현되는 예측치 자체에 집중하지만, 시나리오는 미래의 스토리를 기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측이 미래를 규명한다면 시나리오는 서로 다른 미래의 스토리들을 찾는다.

현대사회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는 ‘상호작용의 폭증’ 때문이다. 1900년대 10억명 수준이던 전 세계 인구는 올해 72억여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고 과학기술의 발달,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 덕분에 사람들의 지능은 과거 어떤 시대보다 뛰어나다.

환율, 유가, 원자재 가격, 정부 규제 등이 급변하는 불확실성 시대에 대부분 기업들은 세 가지 부류로 구분지을 수 있다. 이상적 예측 모델을 구축하기에 힘쓰는 이상주의자, 사전 대비보다 순발력을 우선시하는 현실주의자, 보수적·저돌적 경영이 불확실성을 타파할 것이라 믿는 ‘아생없주의자(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는 사람)’다.

사람들은 긴급하고 위험한 사건이 일어나면 처음엔 상황이 악화될 거란 생각으로 불안에 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비관론은 낙관론으로 바뀐다. 그렇다고 ‘불확실성이 지닌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책은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의 방법으로 △문제 정의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기준 설정 △의사결정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찾기 △미래의 가능성 탐색 △미래의 이야기 상상 △최적의 전략 선택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 주시 등 7단계 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면서 최적의 전략을 만들거나 위험도를 최소화할 방법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