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美캘리포니아大 석좌교수의 '글로벌경제 진단', "韓銀, 금리 더 내리고 양적완화 준비를"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사진)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한국은행은 좀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월가에서 손꼽히는 경제전문가로 평가받는 손 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시장에서는 Fed가 내년 6월께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보다 더 늦어질 것”이라며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내년에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일부 ‘매파’ 위원들이 퇴임해 ‘비둘기파’인 재닛 옐런 의장의 입김이 더 강해진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둘째 이유로는 달러 강세를 들었다. 손 교수는 “최근 달러 강세는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서둘러 금리인상에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셋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제성장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미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고령화 등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새로운 기술혁신 부재에 따른 생산성 증가율 둔화 등이 맞물려 글로벌 경제가 향후 5~10년간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잠재성장률도 3%대 아래로 떨어졌다”며 내년에 4%대 성장률을 회복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이런 점에 비춰보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정확대 정책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도 글로벌 저성장 트렌드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은 아직 재정에 여유가 있는 만큼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재정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만큼 한은은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원화 가치가 달러화에 비해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강세”라고 지적하면서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실상 양적 완화를 하고 있고 일본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적 완화를 통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이 중소기업”이라며 “중소기업 수출이 늘어나고 고용창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규제가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며, 성장률이 올라가야 고용이 창출되고 세수도 늘어나며 정부 지출 여력도 생긴다”면서 규제완화를 더 공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수석연구원과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LA한미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