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에 시장경제 열망 심으면 통일 빨라질 것"
“한반도 통일을 위해선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를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와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주최로 1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동독 평화 혁명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베르하르트 바그너 옛 동독 드레스덴시장(사진)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동독 주민들 사이에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독일 통일이 가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그너 전 시장은 25년 전 드레스덴시에서 독일 통일의 계기가 됐던 평화혁명을 이끈 시민 대표 20명 중 한 명이다. 그는 “독일 통일은 민주화와 시장경제에 대한 동독 주민들의 내부적 열망이 옛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 등 외부적 환경 변화와 맞물리면서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교류 확대를 통한 통일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남북 간 직접 교류가 어려우면 북한과 가까운 제3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경제를 알리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그너 전 시장은 한국 사람들이 통일 비용에 대해 너무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에서도 통일 이전에 비용과 관련, 다양한 추정액이 발표됐지만 정작 맞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주변국과 협조하면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유럽연합(EU)이 역내 균형발전을 위해 조성한 기금을 통해 옛 동독지역을 중심으로 1994~2013년 783억유로(약 104조원)를 지원받았다.

바그너 전 시장은 “현재 사용되는 국방비 등의 분단 비용이 줄고, 북한의 젊은 노동력, 지하자원 등이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란 점 등을 감안하면 통일 비용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통일은 갑작스럽게 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통일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통일 후 법과 제도의 변화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주요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독일 통일 후 드레스덴시 토지의 절반이 재산권 소송에 휘말렸다”며 “25년이 흐른 지금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드레스덴은 지난해 법인세수가 서독지역이던 뒤스부르크와 맞먹을 정도로 경제가 발전했지만 출신 지역별 배타적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바그너 전 시장은 “통일 후 북한에 인적 투자를 늘리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 후 10년간 경쟁력 없는 산업을 정리하면서 드레스덴에선 7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률이 18%까지 치솟기도 했다”며 “하지만 드레스덴공대 등에서 우수한 노동력이 배출되면서 기업들이 몰려와 한때 47만명까지 떨어졌던 인구가 지금은 54만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