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쇼크' 금융시장 강타] 1달러=110엔…엔貨가치 6년 만에 최저
엔화가치가 6년1개월 만에 달러당 110엔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내에서는 엔저 추세가 이어져 연말 달러당 115엔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화가치는 1일 오전 도쿄외환시장에서 110엔 선이 무너진 뒤 11시20분께 110.08엔까지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8월25일 이후 최저치다. 8월 고점에서 8엔 이상 급락한 것으로, 지난달에만 5.59엔 하락했다. 월간 하락폭으론 2009년 12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대다. 단기 급락에 대한 경계심리가 높아지면서 오후에는 낙폭을 줄이며 109.80엔(오후 4시 기준)에 거래됐다.

최근의 엔화가치 하락세는 미국과 일본 금융정책의 차이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미국은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다음달 양적 완화를 끝내고 머지않아 금리 인상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 소비세 인상 후폭풍으로 장기간 양적 완화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나라 금리 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일본 공적연금(GPIF) 등 연기금이 해외 자산 투자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엔화를 꾸준히 내다 팔고 있다. 3일(현지시간) 나올 미국의 9월 고용지표가 좀 더 개선되면 엔저 흐름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들은 엔화가치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최근 일본 자금의 해외투자 증가를 예상하며 연말 달러당 112엔, 내년 3월 말 11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후지시로 고이치 다이이치생명 애널리스트는 “연말에 115엔대까지도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향후 2년 정도는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엔화가치 급락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조금씩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엔저는 일본 수출 대기업에는 도움을 주지만 내수기업이나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에는 부담 요인이다. 이날 일본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업황판단지수에서도 제조 대기업은 2분기 만에 개선된 반면 비제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업황지수는 전 분기보다 더 나빠졌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