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과(課) 2개를 연내 신설키로 했다는 뉴스는 관료들의 행태를 잘 보여준다. 본부에 생길 시장조사과는 총수가 있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를 주로 감시하게 된다. 서울사무소에 만들어질 유통거래과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과 납품업체 간 불공정거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고 한다. 이 역시 유통 대기업을 겨냥한 조직이다. 공정위원장이 내부거래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터여서 더욱 주목된다.

공정위가 조직을 키워 대기업에 더 큰 확대경을 들이대겠다는 건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논란 속에 강행된 소위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다. 올 들어 이 법이 발효되자 공정위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局)단위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나섰고, 정부 안에서조차 과도한 조직확대라는 제동이 걸려 그나마 과단위 신설로 그쳤다.

지난해 경제민주화 광풍과 함께 도입된 일감몰아주기 규제법과 그 시행령은 제정 때부터 자의적인 규제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총수일가 지분율 30%, 내부거래금액이 매출의 12% 등 감시 대상부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제멋대로 줄긋기의 연속이었다. 제멋대로 도입된 이런 법들을 교과서 삼아 공정위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유통거래과도 을(乙)의 눈물을 닦는다며 시행된 소위 대규모유통법에 따른 조직개편이라고 한다. 이유 불문하고 남는 것은 파킨슨의 법칙이다. 한번 조직을 만들면 어떻게든 그 조직은 키워나갈 궁리만 찾는다. 신설된 조직들 또한 어떻게든 일거리를 만들어내고 조직의 위상을 끌어올리기에 급급하게 된다. 그 결과 기업활동만 더욱 위축될 것은 예상키 어렵지 않다. 기업은 또 악덕 기업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

한편에서는 기업투자를 유도한다며 연일 규제혁파를 외치고 있는 중이다. 내년 예산안도 34조원의 재정적자를 무릅쓴 초(超)확장예산으로 짜였다. 모두 기업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면서 바로 옆 부처에서는 대기업을 특정해 겨냥한 신설 ‘완장부대’들이 칼을 간다. 경제민주화는 이렇게 착착 한국 경제를 압살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