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는 소개팅 앱 ‘친친’의 빅터 칭 CEO와 김경수 공동창업자가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는 소개팅 앱 ‘친친’의 빅터 칭 CEO와 김경수 공동창업자가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젊은이들이 맘에 드는 짝을 찾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반짝 인기를 끄는 것 같더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소개팅 앱이 외면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개팅 상대에 대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성격은 전혀 알 수 없고 과도하게 포장된 사진 때문에 직접 만나보면 실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앱을 통한 만남이 성폭력으로 이어진 일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는 ‘친친’이다.

◆친구의 친구 소개해주는 ‘친친’

기존 소개팅 앱은 지역 나이 등 몇 가지 조건에 맞는 여성을 임의로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친친은 내 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는 서비스다.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돼 있어 페이스북 친구의 다른 친구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 소개팅 상대와 나 사이에 서로를 아는 진짜 친구가 있기 때문에 소개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친구를 통해 소개팅 상대의 성격이나 외모 등을 알아볼 수도 있다. 중간에 보증인이 생기면서 더 건전한 만남이 가능하다. 보증인이 되는 친구에게 소개팅 사실을 알릴 수 있지만 알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빅터 칭 친친 최고경영자(CEO)는 “일반적으로 소개팅에 나가면 서로 어떤 소재로 대화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며 “친친을 통한 소개팅에서는 둘이 공통으로 아는 친구를 소재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카톡 명단 소개팅에서 아이디어

친친의 아이디어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다. 칭 CEO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음식배달 스타트업 ‘요기요’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젊은 사람이 많다 보니 동료끼리 소개팅을 부탁하는 일이 많았다. 칭 CEO는 “어느날 직장 동료가 다른 직원의 카카오톡 명단을 훑어보더니 그중 마음에 드는 사진의 이성을 찍어 소개팅을 부탁하더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이 같은 과정을 간소화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그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1주일에 두 시간씩 짬을 내 서비스 개발에 나섰고 지난해 8월께 시험버전이 나왔다. 재미로 만든 앱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좋자 동료 개발자인 김경수 씨와 함께 퇴사해 지난해 9월 친친을 설립하고 사업화에 나섰다.

처음에는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해서 아이폰용 iOS 버전부터 만들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미국 사용자보다 한국 사용자가 훨씬 많았다. 결국 한국 시장에서 시작하기 위해 지난 2월 스타트업 보육기관 ‘K스타트업’에서 4000만원을 투자받았다. 5월 열린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론치’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어머니 나라에서 창업 도전

칭 CEO는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태어난 곳은 하와이다. 해외 업무가 많았던 아버지로 인해 하와이 일리노이 홍콩 등에서 자랐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맥챗’이라는 애플 제품 사용자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광고수익으로만 월 150만원 정도를 벌었다. 이후 일리노이주립대(UIUC)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하와이에 있는 마케팅 회사에 들어갔지만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 퇴사했다. 어머니의 나라에 관심이 많던 그는 퇴사 후 한국에 왔다. 친구들과 소프트웨어 개발 실력을 발휘해 모바일 쿠폰도장 서비스 ‘스포카’를 창업했다. 스포카를 나온 그는 요기요에 합류했고 거기서 친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