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가 버릴 종목·살 종목은…
외국계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도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종목들에 대해선 ‘쉬어갈 타이밍’이라며 차익실현을 권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버릴 종목’으로 분류한 종목이 실제 외국인 매도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음을 감안할 때,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포스코·기업은행 ‘팔아라’

지난 7월 29만1500원을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포스코는 이달 19일 3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6.5% 오른 것을 비롯 최근 두 달여간 22.8% 뜀박질했다.

지난달 13일 이후 이달 1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포스코 주식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19일 JP모간이 ‘차익을 실현할 때’라는 보고서를 내자 52억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JP모간은 “철광석 가격 하락과 비핵심자산 매각 등이 단기 주가 반등을 이끌어냈지만 비우호적인 환율 여건 등을 감안할 때 3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면서 추정치 하향과 주가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씨티증권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은행 주가에 제동을 걸었다. 투자의견은 ‘매도’다. 이 증권사는 “중소기업 대출 증가 등이 주가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 자기자본이익률(ROE) 6.8%는 과거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긍정적인 요인은 주가에 다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4% 넘게 오른 기업은행 주가는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2% 남짓 하락한 상태다.

이 밖에도 노무라증권이 삼성중공업GS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축소’로 내리고, 도이치증권이 다음 투자의견을 ‘매도’로 한 계단 낮추는 등 외국계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하향이 잇따르고 있다. 호텔신라 강원랜드 한국타이어 솔브레인 등 최근 한 달 새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가 내려간 종목은 줄잡아 9개에 달한다. 대부분은 단기적으로 투자 매력이 없음을 뜻하는 ‘중립’ 이하 평가를 받았다.

◆‘빅4’ 제외, 鐵·建·銀 매력적

한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뜻하는 ‘빅4’는 예외라는 지적도 늘고 있다. 원화 강세,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한익 노무라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코스피200을 매수하고 ‘빅4’를 매도하는 전략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면서 “정부의 잇따른 내수부양책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지만 ‘빅4’의 상대적인 소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철강 건설 은행 유틸리티 등 대표 내수주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내다봤다. UBS증권은 “내수 부양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2분기부터 이들 업종의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BoA메릴린치증권은 상반기 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30%를 넘고, 향후 배당 성향을 높일 가능성이 큰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며 LG전자LG이노텍 삼성생명 삼성카드 SK하이닉스 등을 하반기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