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원정 투자' 늘어난다
지방 ‘부동산 큰손’들의 수도권 원정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분양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에 이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까지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인정비율(LTV) 상향, 재건축 연한 단축 등 상대적으로 엄격했던 수도권 규제가 최근 잇달아 풀리자 수도권 부동산값 상승 여력이 지방보다 크다고 판단한 지방 투자자들이 수도권행(行)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1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호반 베르디움’(1834가구) 아파트 구입자 중 서울·수도권 이외 지방 거주자 비율이 14% 선으로 집계됐다. 3년 전 포스코건설이 같은 곳에서 분양한 ‘더샵 그린워크’(1401가구) 지방 계약자 비율(4%)의 세 배를 웃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최근 분양시장이 활황을 보인 대구 부산 광주 등에서 오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에도 지방 투자자 발길이 잦아졌다. 서울 마곡지구에서 분양 중인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에코 동익’(899실)의 지방 계약자 비중은 전체의 15%에 달한다. 지난해 인근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에코’(495실)의 지방 계약자 비율보다 5%포인트 높다. 삼성물산이 지난 6월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내놓은 오피스텔 ‘래미안 용산’(782실)도 전체 계약자의 15%가량이 대구 울산 등 지방 광역시 거주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말 수도권 부동산 대출 규제가 완화된 뒤 개포동 반포동 등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지방 큰손들의 입질도 빨라졌다. 개포동 정애남공인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아파트 매수자의 20% 이상이 지방 거주자”라며 “지난달부터 매수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방 큰손들의 수도권 원정 투자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정점을 찍었던 2007년 이후 7년 만”이라고 말했다.

김진수/이현일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