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KB금융지주 사태로 회장이 해임되고 행장이 사퇴했는데, 사외이사들은 책임은커녕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내홍의 명백한 당사자들이다. 지주 사외이사들은 KB가 만신창이가 된 5개월간 보이지도 않다가 금융위원장의 요청에 회장 해임의결을 할 때에야 나타났다. 이런 사외이사들이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회장을 인선하고 KB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막장드라마의 주인공들이 갑자기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꼴이다.

KB 사태는 관치와 낙하산이란 씨줄에, 본분을 망각한 사외이사들이 날줄로 얽힌 무책임 구조에 그 본질이 있다. 지주·은행 사외이사들 면면을 보면 모피아 금감원 한은 출신이거나 관변 교수들이다. IT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70~80대도 여럿인데, 주전산기 결정에 관여하고 회장과 행장 갈등에 편을 갈라 기름을 부었다. 그러고도 자신들은 아무 잘못 없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KB금융 사외이사는 사외이사가 뽑고, 그 사외이사 9명만으로 구성된 회추위에서 회장을 뽑는 구조라는 점이다. 오너나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주주가치를 보존하라는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책임 없이 권한과 대우만 누리는 존재가 돼버렸다. 수천만~1억원의 연봉을 받지만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역할 강화를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선진화라고 착각한다. KB 같은 이사회를 백번 강화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주인 없는 은행의 사외이사는 자기권력화하거나 관치의 대리인일 뿐이다. KB사태 정상화는 무책임한 사외이사들의 전원 사퇴가 출발점이 돼야 마땅하다. 누가 누구를 뽑는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