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컷 등 토종브랜드 '약진'…해외명품은 '시들'
올해 중국의 중추절 연휴기간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국내 백화점 쇼핑 내역을 보면 한국 브랜드들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명품 브랜드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시들해졌다.

지컷 등 토종브랜드 '약진'…해외명품은 '시들'
18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중추절 기간인 지난 6~8일 유커들이 이 백화점 본점에서 인롄카드로 구매한 상위 30개 브랜드(금액 기준) 중 13개는 한국 브랜드였다. 지난해 중추절 때의 11개에 비해 2개 늘어난 데다 순위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여성복이 7개로 가장 많았으며 화장품(3개), 남성복(2개), 잡화(1개) 등의 순이었다.

지컷, 모조에스핀, 오브제, 미니멈, 이앤씨 등 여성복이 ‘토종 강세’를 주도했다. 이 중 모조에스핀을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들은 올해 처음으로 ‘탑 30’에 들어 유커들이 국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진도의 엘페는 모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30위권에 진입했다.

SK네트웍스의 여성복 브랜드 오브제는 지난해 6월 중국 주광백화점 등에 입점한 게 주효했다. 주광백화점 입점 당시 크리스찬디올, 발망 등 해외 명품 브랜드와 같은 구역에 배치돼 중국인들에게 ‘한국에서 온 고급 여성복’이란 이미지를 심어준 게 인기 요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지컷은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의 매출 중 20%가 니트, 재킷류에서 나온다. 박상혁 신세계인터내셔날 지컷 영업파트장은 “유커들의 취향이 지나치게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조금 단정한 스타일로 바뀌었다”며 “깔끔하게 입을 수 있는 니트, 재킷, 카디건, 외투 등이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남성복 분야에서는 신원의 반하트 디 알바자, 솔리드의 솔리드옴므 등 2개 브랜드가 나란히 30위권에 진입했다. 반하트 디 알바자는 아직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서울패션위크에서 이 브랜드의 쇼를 본 중국 바이어들을 통해 현지에 소개된 게 유커의 매출로 이어졌다. 솔리드옴므는 우영미 디자이너가 한국인 최초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이 되고 유럽에서 인정받으면서 유커들에게 ‘K-명품’으로 떠올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커들이 해외 고가 명품에서 중저가 토종 브랜드로 옮겨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복, 핸드백 등 다른 토종 브랜드들로도 눈을 돌린 게 이번 중추절 매출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순위가 하락했다. 의류·잡화 부문에서는 샤넬만 순위가 소폭 상승했을 뿐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몽클레르는 순위가 모두 내려갔다. 의류·잡화 부문의 크리스찬디올·펜디, 시계·주얼리 부문의 바쉐론콘스탄틴, IWC, 피아제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