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이재용 부회장, 꿈 보여줘야"
“꿈을 보여줘야 할 때다.”

한국의 대표적 자유주의 사회평론가인 복거일 씨(68·사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이같이 주문했다.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복씨는 “이 부회장이 삼성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 회사와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복씨가 지난 7월 한국경제신문에 3회에 걸쳐 연재한 기고문 ‘변경을 찾아서-과도기의 삼성이 나아갈 길’에서 조언한 내용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복씨는 당시 200자 원고지 90장에 이르는 기고에서 삼성에 대한 고언을 쏟아냈다.

▶본지 7월22일자 A4면, 23일자 A4면, 24일자 A4면 참조

복씨는 “이 부회장이 꿈을 제시한다면 (경영) 권한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지금부터 꿈을 보여줘야 꿈을 좇는 과정에서 실수와 실패가 있더라도 이해받고 넘어지더라도 덜 아프게 넘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었다. 복씨는 “잡스는 과거 PDA(개인용 휴대단말기)를 개발해 PC 이외의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며 “하지만 이때 사람들에게 꿈을 제시해 믿음을 줬고 실수를 극복,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히트시키며 재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최근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니 곧 자신만의 꿈을 찾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씨는 ‘한경에 기고한 글의 연장선에서 삼성그룹 전반에 대해 조언해달라’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요청에 관료주의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어떤 조직이든 규모가 커지면 승진과 같은 생존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관료주의가 생긴다”며 “관료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조직을 자르고 쪼개야 한다”는 것이다. 관료주의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사외이사를 통해 외부의 시각과 지혜를 활용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복씨는 이날 최신 인공지능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앞으로는 사람의 판단까지 대신하는 로봇이 등장해 인간 사회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