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맥주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업계 1위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2위 사브밀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사브밀러는 3위 하이네켄 인수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B인베브가 사브밀러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금융권과 접촉하고 있다”며 “맥주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B인베브, 사브밀러 인수 눈독…맥주업계 '지각변동' 오나
AB인베브는 버드와이저, 코로나, 호가든 등을 생산하는 벨기에와 브라질의 합작사다. 글로벌 맥주시장 점유율은 19.7%. 계획대로 1220억달러(약 126조6300억원)에 영국의 사브밀러를 인수하면 합병 회사 점유율은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2008년 인베브가 520억달러에 안호이저부시를 사들인 이후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된다.

선두 업체의 ‘먹잇감’으로 떠오른 사브밀러는 3위 하이네켄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은 최근 사브밀러로부터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대주주들이 거부했다.

하이네켄 측은 “하이네켄 가문이 하이네켄의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이네켄은 1864년 설립 이후 하이네켄 가문이 최대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창업자의 후손은 하이네켄홀딩스를 통해 전체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브밀러가 AB인베브의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하이네켄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9.6%인 사브밀러가 하이네켄(9.3%)을 인수하면 점유율이 AB인베브와 맞먹게 된다.

시장에선 사브밀러가 인수 가격을 높이며 계속 M&A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맥주업체들이 ‘몸집 키우기’에 주력하는 이유는 맥주 시장의 성장률 둔화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맥주시장 규모(매출기준)는 6510억달러에 달하지만 2004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1.3%에 그치고 있다. 전통적 맥주 소비국인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의 성장이 제자리걸음이거나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그나마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신흥국이 연 5%대 성장하고 있다. WSJ는 하이네켄이 현재 업계 3위지만 아프리카와 멕시코 시장에서 65%를 점유하는 등 신흥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