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중국사업 속도 내는 이유 있네 ··· 미국·유럽은 성장세 주춤
[ 김정훈 기자 ] 최근 기아차는 중형 세단 K5보다 조금 작은 K4를 중국 시장에 출시하고 연간 8만대를 팔기로 했다. 현대차는 다음달 투싼보다 아래급인 소형 SUV ix25도 내놓는다. 하지만 두 차종 모두 국내 소비자들은 만나볼 수 없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현지 전략형 모델을 투입하고 있다.

현대차는 서부 내륙 지역으로 판매망을 확충하고자 충칭에 공장 증설을 추진중이다. 내년 말 공개 예정인 아반떼·K3 전기차는 사실상 중국 공략을 위해 준비 중이라는 업계 관측도 나온다.

중국 사업이 속도를 내지만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은 성장세가 주춤하다. 판매량을 늘리고도 점유율 상승은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2016년 준공을 목표로 투자 협약을 체결한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북미 수출 증대와 중남미 신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밍투' 등 현지형 모델 잘 나가···전기차도 중국서

현대차가 작년 11월 출시한 중형세단 미스트라(중국명 밍투)는 지난달까지 10만대 팔리면서 순항 중이다. 기아차가 현지 전략형 모델로 내놨던 소형차 K2는 2년 연속 한 해 14만대 이상 팔렸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시장 가운데 중국은 2012년 미국을 제치고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이후 전체 판매의 20% 이상 책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각각 3개 공장을 가동하면서 올 상반기 기준으로 170만대 이상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판매분의 4분의 1이 중국 물량이 될 전망이다. 올 연말까지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대수는 지난해 157만대를 넘어 17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추진중인 충칭 4공장이 연간 40만대까지 생산 능력을 갖추면 향후 현대·기아차의 중국 생산량이 220만~230만대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대기 환경 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례로 9월부터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제도를 개편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지방 정부는 연간 신차등록 대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방침을 밝혔다.

현대·기아차도 2016년 출시 예정인 아반떼 전기차와 K3 전기차로 이러한 시장 방침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폭스바겐, 닛산, GM, BMW 등 경쟁 업체들이 친환경차 모델 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해통증권은 올 연말까지 중국 내 친환경차 판매 규모가 8만대, 내년 말까지 25만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선진국 비해 中시장 성장 기회 많아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연간 2000만대 이상 팔리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중국 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한 이후 지난 4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 들어선 앞으로 200만대 고지를 넘보고 있다. 올해 전세계 800만대 판매가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 상승 여력은 중국 시장의 잠재 수요에서 나온다.

반면 선진국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핵심 시장이던 미국은 도요타, 닛산 등 일본차 메이커와의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미국에선 올들어 자동차 수요가 5% 이상 증가했으나 시장 평균 성장률에 못 미치면서 시장 점유율은 8%에 멈췄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유럽에선 점유율이 6% 아래로 떨어졌다.

연간 100만대 규모인 국내 판매의 경우 수입차 공세는 물론 고질적인 노조 파업 등으로 장기적으론 내수 점유율 70% 유지도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한편 현대·기아차의 올 1~8월 국내외 판매대수는 526만대를 기록중이다. 올해 사업계획은 작년보다 약 4% 증가한 786만대 수준이지만 연말까지 8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