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년 창업, '실패자산'을 쌓아라
청년 취업난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대기업 사원이 되거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 청년들의 꿈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많은 청년들의 꿈이 좌절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발전동력도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21세기의 주도적인 흐름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그 결과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져 이직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자신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명대학일수록,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창업을 시도하는 것이 유행이다. 매년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갖는 사람들보다 창업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벤처창업 붐이 불어 한때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창업은 많은 청년을 실패로 몰아넣었고 신용불량자라는 낙인과 함께 오랫동안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그 결과 창업은 위험한 선택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굳이 좋은 일자리가 있는데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팽배해졌다.

얼마 전 이르판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국내 한 포럼에서 “실패하는 다수의 스타트 업(start-up)들은 창업생태계를 비옥하게 하는 비료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수의 실패 속에서 경쟁력 있는 창업가가 양성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는 최선을 다했지만 부득이하게 겪게 되는 실패를 의미 있는 성장과정으로 봐주는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창업자가 투자를 받을 때 한 번 이상의 실패를 겪어본 자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투자자들이 좋은 점수를 준다고도 한다. 이와 같은 문화가 바로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 전 세계를 리드하는 창업가가 탄생할 수 있는 미국의 창업 문화인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창업과 창직(創職)의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길을 틔워주어야 할 것이다. 창업을 했지만 부득이하게 실패한 경우 단번에 신용불량자로 낙인을 찍고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누가 창업을 시도하겠는가.

다만 사회생활이 일천한 청년들이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창업에 도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무책임한 권장은 독이 될 수 있다. 잘 준비된 창업은 장려하고 무모한 도전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도전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만난 젊은이 중 한 명은 여고생 때 중국어 자판을 쉽게 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특허를 내고 대학생 때 창업한 사람도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지원 자금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걸음씩 사업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차분하고 체계적인 창업 시도는 적극 권장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창업 시도가 기술, 아이디어,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 각 부처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엔젤 관련 법도 마련돼 소액 투자의 길이 열리고 있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 모집 등 다양한 모습으로 창업 생태계가 구성돼 가고 있어서 창업 환경은 매우 좋아지고 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창업가적 기질이 훈련된다면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도전이 될 것이다. 대기업에서도 이제는 창업 경험이 있으면 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이 훈련된 것으로 보고 가점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창업은 단순히 청년실업의 대안이 아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많은 기회가 발생하고 있는데 바로 그 기회를 잘 포착해 가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매우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활동이다. 이제 취직이 잘 안 되면 창업을 해 보겠다는 잘못된 판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창업이 위험하다는 종전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박광회 < 한국소호진흥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