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직장인 사로잡은 스마트폰 영어학습 앱, 학원시장 '야금야금'
“이제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을 만나도 떨리지 않아요.”

‘영어 울렁증’이 있어 영어회화 학원을 가는 것조차 망설였던 직장인 김대용 씨(35)는 넉 달 전부터 시작한 스마트폰 영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퀄슨이 기업용(B2B)으로 내놓은 ‘슈드’란 서비스다. ‘최근에 어떤 영화를 재밌게 보았나요’라는 식의 질문에 영어로 답을 녹음해 보내면 북미와 필리핀 등에 있는 외국인이 발음과 표현 등을 1 대 1로 첨삭해준다. 그는 “하루 10분가량이지만 매일매일 말하는 게 꽤 도움이 된다”며 “회사 회식이 있어도 조용한 곳으로 잠깐 나가 녹음해 보낼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모바일 교육 앱이 인기를 끌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강의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과의 결합으로 1 대 1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오프라인 학원에 가기 힘든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마음을 각종 교육 앱이 사로잡으면서 기존 학원 시장엔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모바일로 바쁜 직장인 사로잡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을 다니다 2012년 퀄슨을 창업한 박수영 대표는 “국내 영어 교육 시장은 연 10조원 규모”라며 “모바일 영어 교육 시장은 아직 1%도 되지 않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퀄슨은 삼성SDS 삼성전자 포스코ICT 신한은행 등에 직원 영어 교육용으로 작문 첨삭 앱 ‘앱티처’와 말하기 첨삭 앱 슈드를 제공하고 있다. 한 달 20회짜리가 7만2000원이다. 일반 소비자용으로는 두 시간마다 외국인이 영어로 보내주는 문자에 영어로 답해야 하는 ‘톡투미’를 서비스하고 있다.
바쁜 직장인 사로잡은 스마트폰 영어학습 앱, 학원시장 '야금야금'
게임빌 공동창업자 출신인 정성은 대표가 세운 위버스마인드는 태블릿에 기반한 ‘뇌새김’ 시리즈로 교육 사업에 나섰다. 2009년 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1년 62억5000만원, 2013년 18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용자의 음성 파동을 분석해 원어민 발음과 어떻게 다른지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게 특징이다.

서울대 창업동아리 출신들이 세운 스터디맥스는 ‘스피킹맥스’로 내년 매출 150억원을 달성한 뒤 2016년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버클리대와 하버드대에서 건축을 공부한 이희승 대표 역시 최근 링고링고라는 영어 교육 업체를 세웠다. 이 업체는 미국에 거주하는 대학생과 직장인 등 고급 인재들을 모바일로 연결해 보다 수준 높은 영어를 배울 수 있게 한다.

◆오프라인 교육업체는 하락세

반면 오프라인 교육 업체들의 실적은 하락세거나 주춤한 상태다. 유명 영어학원 업체인 해커스어학원은 작년 매출이 505억원으로 전년보다 4.9% 줄었고, 영업이익도 159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정상JLS도 매출이 2011년 870억원에서 2013년 766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7억원에서 80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플렌티어학원은 작년과 재작년 각각 6억원과 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학원이 늘어난 것에 비해 학생 수가 계속 줄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에만 머물러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가스터디가 온라인 강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계의 판도를 바꾼 것처럼 지금은 모바일·온라인 기반 교육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청담러닝과 손잡고 영어 교육에 나서는가 하면, 넥슨 지주회사인 NXC는 영어 교육 앱인 ‘캐치잇잉글리시’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NHN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영단기’란 이름으로 유명한 온·오프라인 교육업체 에스티앤컴퍼니 지분 16.2%를 109억8900만원에 취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