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고양시, 태백시, 인천공항
고양시가 8월로 인구 100만을 돌파했다. 밀리언시티는 국제적으로도 대도시라는 의미다. 성남을 제쳤고 용인도 따돌렸다. 서울의 위성도시 간 성장경쟁에서 앞선 것이다. 태백은 그 반대다. 시 산하 태백개발공사가 결국 좌초했다. 공기업으로 첫 법정관리라는 불명예 차원만이 아니다. 시가 보증선 1761억원을 다 물어주면 태백도 부도지경이 된다. 국내엔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가 아직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처지는 겨우 면했지만 강원도까지 엮였다. 태백 때문에 지자체 파산법도 속도를 내게 됐다.

1761억원 부실, 14조원의 위기

인천공항은 허브공항의 위상이 흔들리는 게 문제다. 최근 들어 이슈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공항공사 내부는 이미 비상이라고 들린다. 단군 이래의 대역사가 그렇고 그런 로컬공항에 머무른다면 심각한 문제다. 고양 태백과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은 공항도 갈수록 심해지는 지역경쟁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일단 고양은 한 발 앞섰고, 태백은 휘청거리며 뒤처졌고, 인천공항은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 차이일 뿐이다. 인구 유치 경쟁에 나섰던 고양처럼 인천공항도 간사이 베이징 상하이 공항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진짜 큰 승부판은 인천공항이 직면한 게임이다. 태백시가 부실 지방재정의 상징으로 전락했지만 170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인천공항에는 1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천문학적 비용으로 동아시아 지역 항공 전진기지로 키워온 것이다. 개항 12년째인 지난해 국제선 여객은 4079만명, 허브공항의 기준인 4000만명은 일단 찍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공항 부가가치의 기준이라는 환승객이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9월 이후 두 달 빼고 매월 전년 대비로 줄었다. 허브공항의 알맹이가 빠지는 셈이다. 줄어든 50만명의 환승객을 하네다 베이징 공항을 둥지삼은 일·중 항공사에 고스란히 빼앗긴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역 경쟁…허브공항이 무너지면

공항공사도 이 경로는 확실히 파악했다. 하지만 김포공항과의 밥그릇 다툼처럼 비칠까봐 끙끙 앓고만 있다. 사실 김포에 비즈니스편을 마구 내준 게 주요 원인이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라며 증설한 노선이 미주, 유럽으로 값싸게 나가는 환승로가 돼 버린 거다. 기로에 선 인천공항의 허브화 전략은 여러 과제를 던진다. 그간 항공정책은 뭘 했는지, 공항공사는 어떤 전략을 짰는지, 국적항공사들의 중장기 플랜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김포의 접근성을 살린 게 인천의 허브화를 가로막는 역설적 현실이다.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 공항별 특성화, 수익기반 강화가 시급하다.

지역경쟁은 한층 치열해진다. 국가 간 경쟁보다 심하다. 공항의 경쟁력은 지역발전전략의 출발점이다. 주변국의 인천공항 견제도 갈수록 공세적이다. 일본은 2010년 국토교통상이 자국 항공정책의 실패를 공개 선언한 뒤 인천을 거치는 여행객 붙잡기에 총력전이다. 하네다~김포 노선 강화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그 전략이었다. 베이징 신공항, 푸둥 확장 같은 중국의 질주도 그렇다.

그런데도 반년째 사장까지 공석인 인천공항은 김포만 바라보고, 국토교통부는 말이 없다. 폐기됐던 동남권 신공항까지 되살아나 허브 간판도 달겠다는 판이다. 동북아 허브공항이 이쯤서 무너지는 위기감이 든다. 국내총생산(GDP)의 5%로 커진다는 공항산업을 경쟁국에 다 뺏길 위기다. 겉만 번드르르한 수조원짜리 청사만 남게 될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