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오페라하우스와 제2 롯데월드
덴마크의 건축가 예른 웃손은 7년 전부터 추진해온 건축사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칭송받은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키고자 필사적이었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기둥이 지붕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무너지자 재건축을 해야 했다. 새로운 개념의 건축구조를 이해 못 하는 시공업체 때문에 설계도 변경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지지자였던 주지사가 사망한 이후 당선된 다른 당 출신 주지사는 비용상승 등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그를 압박해왔다. 웃손은 여러 해결책을 제안했지만 자신의 요청이 거부되자, 완성을 앞두고 고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거의 준공됐던 이 건물은 그가 떠난 뒤 최종 완성되는 데 다시 7년이나 걸렸고 그의 제안보다 몇 배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갔다.

이 건축물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다. 지금은 아름다운 조가비 모양 지붕으로 유명한 호주의 대표적 랜드마크이지만, 건설 당시에는 수많은 역경으로 좌초될 수도 있던 사업이었다. 이처럼 세계적 랜드마크에는 완성 이전까지 감당해야 했던 고난이 묻어 있다. 그러나 난관을 극복하고 탄생한 세계적 건축물들은 매혹적인 여행동기가 될 뿐 아니라 자국 경제성장의 한 축을 이루는 자원이 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과 각 도시들은 관광객 유치와 경제적 효과를 얻기 위해 랜드마크 건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1988년에 말레이시아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2004년에 대만은 타이베이101을 각각 완공한 뒤 139%와 71%의 관광객 증가를 경험했다. 싱가포르에서는 2010년 마리나베이샌즈 건설 직후 관광객이 196만명 더 늘어났다. 이들 국가 역시 랜드마크 사업과 관련해 크고작은 시련을 겪은 바 있다. 한국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제2롯데월드 건설을 앞두고 논란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롯데그룹이 보여준 랜드마크 건설을 위한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서울공항 활주로 변경을 시작으로 공사장 안전강화, 하수관 파손·지하철9호선 공사 등 싱크홀 원인 규명, 지하차도화 비용지출 등 각종 난관을 해소해 왔다. 허가조건에도 없던 추가 요청을 수용하는 데만 4900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총투자규모 3조5000억원인 이 사업이 완성되면 경제적으로 7조원의 생산 파급효과가 예상되는데, 완공을 앞두고 다시 제2롯데월드는 저층부 쇼핑몰 개장과 관련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6000명의 쇼핑몰 고용인원과 700여개 중소기업 입점 브랜드가 3개월째 대기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개장지연은 기업의 비용뿐 아니라 랜드마크가 갖는 관광객 유치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안전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적 부담이라는 이유로 기업부담을 가중시켜서도 곤란하다.

다시 예른 웃손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웃손은 1973년 오페라하우스 개관식에 초대받지도 못했다. 웃손은 1965년 귀국할 당시 다시는 호주로 돌아오지 않기로 다짐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늘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위상만큼 웃손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2004년 오페라하우스에는 그에게 헌정된 웃손룸이 마련됐으며, 웃손은 2007년 최초로 살아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건축가가 됐다.

건축 당시 웃손의 노력은 사회·정치적으로 무시됐지만, 그의 의사가 수용됐다면 훨씬 빠른 시일 안에 더 적은 비용으로 오페라하우스는 완성될 수 있었다. 웃손의 사례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향한 노력과 거듭된 논란에 주저하고 있는 우리에게 신속한 결단과 지속적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그것이 서울 최고의 랜드마크를 완성해가는 기업의 노력에 대한 우리의 지원과 기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현종 <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