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우리가 막겠다"…반도체, 삼성전자 '구원투수'로 떴다
반도체 사업이 스마트폰 수익성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삼성전자를 구할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는 데다 그동안 다소 부진했던 시스템LSI 사업 쪽 매출도 살아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김기남 DS부문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사진)이 주도해 온 수율 개선 작업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3분기 삼성 반도체 사업이 4년 만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탄력받는 반도체 사업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3분기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2조50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31일 말했다. 삼성 반도체 사업이 2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2010년 3분기(3조42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판매 증가를 꼽을 수 있다. 3분기 삼성 갤럭시 노트4를 비롯한 스마트폰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스마트 시계 등 웨어러블 기기들도 쏟아져 나오면서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삼성은 D램에서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20나노 초반 제품을 대량 생산 중이고, 낸드플래시에서는 유일하게 3차원 제품을 양산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또 최근 애플과 관계가 회복되면서 아이폰6에 삼성의 D램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부진하던 시스템LSI 사업도 회복되고 있다. 삼성 갤럭시 알파에 자사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가 탑재됐고, 애플의 차세대 폰인 아이폰7의 AP도 수탁 생산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실적부진 우리가 막겠다"…반도체, 삼성전자 '구원투수'로 떴다
업황 개선과 함께 향상된 생산성도 수익성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수율(전체 생산량 중 품질 기준을 통과한 제품의 비율)이 좋아져 똑같이 공장을 돌리면서도 돈을 더 많이 벌게 된 것이다.

올 2월부터 메모리 사업을 이끌다 5월부터는 반도체 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까지 맡게 된 김 사장은 취임 뒤 수율 개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넘게 반도체 업계에 종사한 김 사장은 미국전기전자학회(IEEE) 석학 회원일 정도로 세계적인 반도체 전문가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서는 1% 이하, 시스템LSI 쪽에서는 1% 이상 수율이 좋아진 것으로 안다”며 “메모리의 경우 워낙 생산량이 많아 수율이 조금만 좋아져도 이익 개선폭이 상당하고, 시스템LSI는 부가가치가 높아 수율이 좋아지면 수익도 눈에 띄게 나아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최대 수익원 넘본다.

삼성 반도체의 전성기는 2010년 3분기였다. 당시 3조4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당시에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았고, 애플 아이폰4에 AP를 공급하면서 시스템LSI에서도 상당한 돈을 벌어들였다.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도 호재가 많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11월28일), 크리스마스와 중국의 광쿤제(솔로들의 날·11월11일) 등 초대형 쇼핑시즌이 잇따른다. 이때 3분기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노트 4, 아이폰6 등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들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면서 가전제품 등에서도 반도체 사용이 늘어 호황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1분기엔 애플에서 수탁받은 AP 매출도 발생하게 된다. 보통 AP 매출은 휴대폰이 출시되기 6개월~1년 전쯤 일어나기 시작한다. 애플은 내년 하반기 삼성이 만든 AP를 채용한 아이폰7을 내놓을 예정이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 3분기 삼성전자 IM(무선)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5000억원 전후다. 반도체에서 실적개선 속도가 빨라질 경우 내년 중에는 반도체가 IM부문 영업이익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