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회귀’냐 ‘연중 최고점’이냐.

뛸 듯 하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도돌이표 증시’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2073.10으로 출발해 2068.54로 막을 내렸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공방이 지루한 조정장세를 가져왔다. 이달 증시 전망을 놓고는 증권사 투자전략 담당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증시가 ‘도약이냐, 박스권 복귀냐’의 방향을 가를 변수는 중국과 환율이라는 데엔 의견이 일치했다.
9월 증시, 흔들릴까…신들릴까…
○9월이 분수령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05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외국인은 8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1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기관의 매물압박이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기관은 같은 기간 1조6971억원어치의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외국인과 기관의 줄다리기 속에서도 박스권을 뚫는 ‘도약’을 점치는 시각은 저금리와 해외증시 동반 상승을 그 근거로 든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중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점인 2150에 이를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주요국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어 9월 고점이 연중 최고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7월 증시 상승세의 강한 동력이 됐던 정책의 힘은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임금이나 배당은 한 번 올리면 내리기 힘든 만큼 기업들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그것도 배당이 확정되고 노사 간 임금협상이 시작되는 2015년 상반기는 돼야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스권 복귀’를 점치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9월도 기존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한국 주식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에 육박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해외자금 유입이 급속히 늘어났지만 미국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달러 강세가 해외자금 이동을 위축시켜 그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유통, 통신, 유틸리티, 보험 등 방어주 중심으로 투자 종목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변수는 환율, 그리고 중국

전문가들은 증시 향방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가 환율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반기 증시 대표주자들의 실적 부진도 환율 영향이 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1022원50전까지 올랐지만 29일 1014원10전으로 떨어진 채 8월을 마무리했다. 3분기 기업 실적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주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것은 환율에 달려 있다”며 “박스권 돌파 확률이 커진다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이 선제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환율은 2분기 말에 비해선 안정적이며 3분기 중 평균 1020원, 4분기엔 1015원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기 둔화 우려와 정부의 경기부양책 기대가 뒤섞여 있는 중국도 변수로 꼽힌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하락 이후 추가 부양책 여부가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 중산층 소득과 소비 증대에 초점을 맞춰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기는 통상 ‘상저하고’ 패턴을 보여왔다”며 “중국 정부의 재정 지출이 늘고 있고 금융지표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하반기엔 상반기보다 흐름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