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현재 20L 기준 평균 362원인 쓰레기봉투값(종량제)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500원대 중반까지 인상한다. 민간 청소대행업체의 경영 투명성 확보 및 환경미화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하는 쓰레기 처리 준(準)공영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본지 3월10일자 A30면 참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민간 청소대행업체가 담당하는 생활쓰레기 수거 방식을 현 독립채산제에서 내년부터 도급실적제로 바꾸는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며 “도급실적제 도입을 위해 종량제 봉투값 인상 가이드라인을 오는 10월 만들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독립채산제란 민간 청소대행업체가 쓰레기종량제 봉투의 일정 수익을 가져가는 대신 쓰레기 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생활쓰레기는 25개 자치구와 민간 대행업체가 절반씩 처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현 독립채산제를 폐지하고 당 수거제 등의 도급실적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당 수거제는 수거한 쓰레기양에 비례해 그 비용만큼을 민간업체에 주는 것이다. 기존 민영화 방식에서 서울시가 업체들에 비용을 지급하는 준공영제 방식으로 바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그동안 민간 대행업체가 종량제 봉투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돼 업체의 경영 투명성이 저하되고, 환경미화원의 처우가 악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L 기준 서울 자치구 평균 가정용 쓰레기종량제 봉투값은 362원이다. 전체 봉투값의 80%에 달하는 운반비를 업체가 가져간다. 그럼에도 자치구 소속 환경미화원의 월급이 약 412만원인 데 비해 민간업체 월급은 22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급실적제 등 쓰레기 처리 준공영제 도입으로 추가 소요되는 예산은 400억원가량이다. 추가 예산엔 2016년까지 민간업체 환경미화원 월급을 현 226만원에서 200만원대 후반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예산은 종량제 봉투값 인상분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재 20L 기준 평균 362원인 종량제 봉투값을 단계적으로 500원대 중반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시의 가정용 종량제 봉투값은 20L 기준 부산광역시(813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는 이달 공청회를 거쳐 오는 10월부터 ‘자치구 폐기물관리조례 표준조례안’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