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 주세요.” “어떤 G3 드릴까요?”

직장인 김민혁 씨(35)는 최근 어머니 스마트폰을 LG전자 최신 스마트폰 G3로 바꾸기 위해 통신사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G3가 한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 종류만 G3 G3카테고리6 G3비트 G3A Gx2 등 다섯 개에 달했다. 김씨는 통신사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비교적 가격이 싼 G3비트를 선택했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웹서핑 정도만 하는 어머니에게 가장 맞는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해서다.
'갤S5□□ G3△△'…휴대폰 파생제품 전성시대
○파생제품 전략 확산

G3는 해외에서만 판매하는 제품까지 합하면 총 6종이다. G3가 인기를 끌자 5종의 파생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다른 시리즈의 후속 제품도 G3 파생제품으로 내놓을 정도다. G3 브랜드파워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2012년 갤럭시S3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파생제품 전략을 도입했다. 이 전략 덕택에 국내는 물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파생제품 전략이 성공하자 애플도 이 전략을 적용했다. 아이폰5를 고급형 아이폰5S와 보급형 아이폰5C 두 제품으로 선보였다. 올해 하반기에도 아이폰6를 화면 크기가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제품(4.7인치, 5.5인치)으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파생제품은 외관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은 대표 전략제품과 비슷하다. 그러나 하드웨어 ‘A·B·C·D’가 다르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배터리 카메라 디스플레이가 그것이다. 통상 하드웨어 수준을 낮춰 가격이 싼 보급형 제품을 만든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줌2와 같이 카메라 등 특화 기능만 높이기도 한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맞춰 여러 제품을 만들어 판매량을 늘리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파생제품 전략이 확산된 배경은 두 가지다. 먼저 1위 전략의 모방이다. 삼성전자가 파생제품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자 다른 업체들도 같은 전략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축이 고급형에서 보급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파생제품 시장이 커진 이유다. 파생제품은 대부분 고급형 전략 스마트폰의 보급형 제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75%를 중저가형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며 “선진국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가운데 신흥국 보급형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파생제품 시장은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원 효율화…비용 절감 효과도

파생제품 전략을 활용하면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구개발(R&D) 디자인 등 기획단계부터 생산 마케팅 등 전반에 걸쳐 자원 투입의 효율화와 비용절감 효과 등을 거둘 수 있다. 파생제품들은 대표 전략제품과 외관 디자인, UX가 같다. 때문에 각기 다른 여러 제품을 기획하는 것에 비해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예컨대 G3와 G3 파생제품 5종을 기획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인력은 각기 다른 6개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적다. 생산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디자인이 같아 금형작업 등에 드는 시간과 인력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마케팅에서도 효과적이다. 고급형 제품 광고에만 집중하면 보급형 등 파생제품은 따로 비용이나 자원을 투입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광고효과가 나타난다. ‘낙수효과’다. 통신사에 제품을 판매할 때도 유리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 가지 제품보다 파생제품 등 세트로 가져갔을 때 협상 과정에서 훨씬 유리하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도 이용자층에 맞춰 다양한 가격대 제품을 고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도 쉽다. 국가나 문화별로 선호하는 기능이나 가격대에 맞춰 각기 다른 파생제품을 내세워 공략할 수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