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뮤비 볼 때마다 인증?…규제 안받는 해외기업에 시장 뺏길라
국내 인터넷 업계가 최근 여성가족부의 성인 인증 강화 문제로 한 차례 소동을 겪었다. 모든 인터넷 이용자가 19세 미만 금지(19금)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성인 인증을 하도록 한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증폭되자 여가부는 ‘매번 성인 인증’에서 ‘연 1회 이상 인증’으로 도입을 축소했다.

여가부 성인 인증 강화 논란

현아 뮤비 볼 때마다 인증?…규제 안받는 해외기업에 시장 뺏길라
논란은 8월 초 여가부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통해 새로운 지침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인터넷 포털뿐 아니라 음악, 웹툰, 동영상 등을 제공하는 모든 인터넷 기업들이 성인 인증을 강화하도록 한 지침이다. 이용자가 19금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처음 로그인할 때는 물론이고 콘텐츠를 감상할 때마다 성인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가부 측은 “부모의 주민등록증과 휴대폰을 가져다 몰래 회원 가입을 하고 성인 인증을 하는 청소년이 있기 때문에 성인 인증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번 성인 인증을 하면 그 이후로 자유롭게 로그인해 성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현재 상황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매번 번거롭게 성인 인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터넷 이용이 불편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벅스나 멜론 등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들을 때 19금 청취 불가 판정을 받은 앨범의 곡이 나오면 음악이 끊기면서 성인 인증 창이 뜨게 된다. 특히 이용자가 음악을 골라서 듣는 게 아닌 무작위로 곡을 선택해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19금 노래가 나올 때마다 음악이 끊어지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음원 업체 관계자는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이용자가 절대 다수”라며 “길을 걸으면서 듣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갑자기 음악이 끊기면서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것에 상당한 불편함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과 역차별 지적도

외국계 인터넷 기업과의 역차별도 도마에 올랐다. 몇 년 전 실명제 도입으로 국내 인터넷 기업들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겪었던 것처럼 성인 인증도 해외 기업에는 강제력이 없어 이용자가 해외 서비스로 다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다.

지금도 국내 동영상 플랫폼에서 19금 판정을 받은 뮤직비디오를 재생하려면 로그인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는 성인으로 확인된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도 매번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때마다 다시 성인 인증을 받아야 한다.

반면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는 로그인할 필요도 없이 19금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뮤직비디오 유통은 이미 유튜브가 장악했다는 말이 나온다. 5년 전 국내 동영상 플랫폼 점유율이 3%대에 불과했던 유튜브는 현재 80%대까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세계에서는 국경이 무의미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해외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계속 국내시장을 넘보고 있지만 규제는 항상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고 있다”며 “유튜브에 뺏긴 동영상 시장뿐 아니라 인터넷 시장 전체를 해외 서비스가 장악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연 1회 인증으로 한발 물러서

반발이 거세지자 여가부는 한발 물러났다. 연 1회 이상 성인 인증을 하도록 선회한 것이다. 여가부 측은 “8월18일부터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된 점과 인증기술 발달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도용할 가능성이 낮아진 점, 그리고 성인 이용자의 불편과 콘텐츠 산업 위축 등을 고려해 제도 변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보였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성명을 발표하며 “여가부가 청소년보호 제도의 합리적 운영 및 인터넷산업 발전을 위한 조화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며 “인터넷 업계도 여가부와 지속적인 협력, 협업을 통해 청소년보호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구글도 여가부의 완화된 기준에 맞춰 자발적인 성인 인증 강화에 나설 뜻을 비췄다.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용자의 나이와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동안 구글에서는 국적 설정을 해외로 하거나, ‘세이프서치’를 끄면 자유롭게 성인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