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의 저력…점유율 절반은 지켰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음식점. 종업원이 무슨 맥주를 마시겠느냐고 묻자 일행 중 한 명이 “카스 말고 다른 거 주세요. 소독약 냄새가 난다던데…”라며 손을 내저었다. 10분 정도 뒤 직장인 그룹 6명이 앉은 옆 테이블에선 누군가 카스를 주문하면서 “소독약 냄새 난다는 거 그거 다 거짓말이야”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국내 1위 맥주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일부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된 지 두 달가량 흘렀다.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 왈가왈부 많은 말을 낳았지만 오비맥주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자가 찾은 강남역 음식점의 종업원도 “카스를 빼달라는 손님들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롯데마트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이달 들어 18일까지 롯데마트의 전국 매장에서 국산 맥주회사 중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50.5%로 파악됐다. 최근 점유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논란이 거셌던 것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큰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롯데마트에서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지난 4월 61.4%, 5월 53%, 6월 50.4%, 7월 54.1% 등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도 “카스 판매량과 관련된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대형마트, 음식점 등에서 매출이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저력…점유율 절반은 지켰다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주장은 6월 중하순께 처음 제기됐다. 카스에서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냄새가 나서 버렸다는 경험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연이어 올라온 것. 오비맥주는 “여름철 더위로 인해 맥주가 상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문제가 접수된 제품은 전량 교환해주고 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달 초 언론들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한 뒤에는 ‘가임기 여성은 마시면 안 된다’, ‘맥주창고 세척에 쓴 소독약이 남아 있어서 냄새가 난다’ 등의 음해성 루머까지 퍼졌다.

악성 루머가 돌자 오비맥주는 악성 루머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며 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악성 루머는 인터넷상에서 대부분 지워진 상태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악성 루머를 유포한 아이피 7개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스 소독약 냄새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점유율은 소폭 올랐다. 롯데마트에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지난달 33.0%에서 이달 들어 35.3%로, 롯데주류는 같은 기간 12.9%에서 14.2%로 높아졌다. 두 업체는 자사의 점유율 확대는 반기면서도 오비맥주의 악성 루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직원 중에서 관련 루머를 인터넷에 게재한 사람이 있다면 즉각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업계는 카스 소독약 냄새 논란 이후 시장 판도는 오비맥주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소독약 냄새 논란이 유독 카스에서만 벌어지고 있다”며 “오비맥주가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고 금이 간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규/윤희은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