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한국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앞으로 20년 내에 세계적인 수학자가 한국에서 다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부터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한국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앞으로 20년 내에 세계적인 수학자가 한국에서 다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수학자대회 때 시상하는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4년마다’ ‘40세 이하’라는 조건 때문에 노벨상보다 더 받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1936년부터 올해까지 56명의 수학자가 필즈상을 받았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 홍콩 베트남 등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아직 한국과는 인연이 없다. 고교생이 겨루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는 늘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필즈상은 여전히 남의 잔치다.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의대 위주의 학과 서열 등이 필즈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6일 만난 송용진 인하대 교수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자신했다. IMO 한국대표단 단장인 그는 “그동안 IMO에서 금메달을 딴 학생들이 지금 세계 유수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며 세계적 수준의 학자로 커가고 있다”며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앞으로 20년 내에 세계적인 수학자가 한국에서 다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필즈상 노리는 한국 수학 영재들

1995년부터 IMO 한국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송 교수가 꼽은 한국인 첫 필즈상 후보는 신석우 미국 UC버클리 수학과 교수다. 그는 “신 교수는 올해 서른여섯 살(1978년생)로 필즈상 유력 후보”라고 말했다. 고교생 때인 1994~1996년 IMO에 나가 금메달을 딴 신 교수는 초등학생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고교 과정을 다 끝냈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1988년부터 IMO에 참가하기 시작한 한국팀은 그해 49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대회에선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우수한 학생이 많아졌다는 게 송 교수의 진단이다. 이때 활약한 학생들이 이수홍(MIT 박사과정) 이석형(프린스턴대 박사과정) 강환(하버드대 박사과정) 씨 등이다.

가장 어린 유망주로는 서울과학고 3학년 김동률 군이 꼽힌다. 2012~2014년 IMO에 출전해 한국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금메달을 땄다. 송 교수는 “김군은 역대 최고 실력을 갖추고 있고 현재 세계 최강”이라며 “성격도 안정적이어서 기대가 많이 된다”고 평가했다.

○“선행학습과는 무관”

송 교수는 수학 영재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대기만성형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은 선행학습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스스로 깨우쳐 남들보다 월등하게 수학을 잘하다 보니 상급반을 거쳐 결국 영재교육센터까지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당시 영재교육센터가 없어 정연태 서울대 교수에게 배웠지만, 요즘은 수학영재들이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의 초등수학반에서 교육받고 있다.

송 교수는 “IMO에서 금메달을 따더라도 군 면제를 받을 수 없는 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도 현역으로 군대를 갔다 와서 미국 유학을 갔고, 이석형 씨도 이번 여름부터 3년 동안 병역 특례로 한국에 있어야 한다. 그는 “스포츠대회와 음악콩쿠르, 바둑대회 수상자는 군 면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수학대회 수상자에 대한 군 면제를 단순히 개인에 대한 혜택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수한 서양 학생들이 26세에 박사학위를 따서 일찍 성취를 이루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