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30분에 시작하는 국립국악원의 국악 공연 ‘창경궁의 아침’.
오전 7시30분에 시작하는 국립국악원의 국악 공연 ‘창경궁의 아침’.
김인숙 씨(42)는 9일 오전 7시30분께 두 자녀를 데리고 서울 와룡동에 있는 창경궁을 찾았다. 국립국악원이 마련한 국악 공연 ‘창경궁의 아침’을 보기 위해서다. 공연이 열리는 명정전 뒤뜰에 도착하자 이미 좌석은 관객으로 가득차 있었다.

한 시간가량 공연을 본 뒤 창경궁 전문 해설사와 함께 고궁을 거닐었다. 김씨는 “입추가 지나서인지 산들바람이 시원해 정말 유쾌한 시간이었다”며 “입장료 1000원만 내면 이처럼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니 다음주에 또 와야겠다”고 말했다.
오전 7시30분 창경궁 국악공연…오후 10시 강동아트센터 '한밤의 클래식'…시간 통념 깬 문화공연 '색다른 재미'
◆오후 8시 공연은 이제 옛말

최근 문화예술계에서는 고정관념을 깬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해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동아트센터는 오는 15일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한밤의 클래식’ 공연을 연다. 1000원이란 저렴한 관람료보다 더 눈에 띄는 게 공연 시간이다. 이 공연은 깜깜해진 오후 10시에야 시작한다.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은 “웬만한 직장인들이 오후 8시 공연을 보는 게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가족과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금요일밤을 클래식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연은 관람권을 판매한 지 반나절 만에 매진됐다. 올해는 9월, 12월에 두 차례 공연을 더 열 예정이다.
지난 1일 열린 영화사 진진의 ‘필름 프라이데이 나이트’.
지난 1일 열린 영화사 진진의 ‘필름 프라이데이 나이트’.
지난 1일 서울 북촌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씨네코드 선재에선 ‘필름 프라이데이 나이트’가 열렸다. 오후 11시40분부터 이튿날 오전 5시24분까지 ‘논픽션 다이어리’ ‘살인의 추억’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 영화 세 편을 연달아 볼 수 있는 행사에 10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관객들은 1만5000원을 내고 맥주와 커피를 마시며 시원하게 영화를 즐겼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영화사 진진은 “20~30대 젊은 관객이 대다수였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행사 후기를 살펴보니 대부분 긍정적이었다”며 “반응이 좋은 만큼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행사를 이어나갈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까지 야간 개장하는 예술의전당의 '최치원 풍류 탄생' 전시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까지 야간 개장하는 예술의전당의 '최치원 풍류 탄생' 전시
◆오전 콘서트·야간 전시회

오전에 열리는 마티네 공연은 주부 관객들의 사교장이다. 국내 대부분의 국공립극장에서는 낮 공연을 운영 중이다. 국립국악원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오전의 국악콘서트 다담’을, 예술의전당은 매주 토요일 11시에 ‘예술의전당 토요 콘서트’를, 국립극장은 넷째주 화요일 11시에 ‘정오의 음악회’를 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예술의전당은 관람객들의 전시 관람 기회를 넓히기 위해 야간개장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매주 수요일 오후 9시까지 전시한다. 예술의전당은 매주 토요일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퓰리처상 사진전', '최치원 풍류 탄생'등의 전시 관람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했다.

이승재 국립국악원 주무관은 “‘창경궁의 아침’은 이른 아침 시작하는 공연이지만 매번 500석의 관람권이 순식간에 동날 만큼 관객들의 호응이 좋다”며 “음향기기 없이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국악 공연이란 점이 관객의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