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수경 씨는 최근 친환경 페인트를 이용해 아이방을 꾸몄다. 인테리어 전의 아이방(왼쪽)과 인테리어를 끝낸 뒤 바뀐 아이방.
주부 정수경 씨는 최근 친환경 페인트를 이용해 아이방을 꾸몄다. 인테리어 전의 아이방(왼쪽)과 인테리어를 끝낸 뒤 바뀐 아이방.
서울 강북구 삼각산동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정수경 씨(33)는 최근 아이방을 새로 꾸몄다. 전셋집이라 큰돈 들이기는 아까워 자신이 직접 인테리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관련 서적과 인터넷 카페 등에서 찾아낸 아이디어를 따로 모아놨다가 인테리어 작업 때 참고했다. 마음에 드는 색상의 저렴한 벽지를 찾을 수 없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페인트를 칠했다. 이어 차분한 느낌의 색상을 배합해 북유럽 스타일의 지그재그 패턴을 한쪽 벽에 그렸다. 아이방이라 상대적으로 비싼 ‘벤자민무어’라는 친환경페인트(L당 3만~4만원)를 사용했다.

정씨는 “도색 전문가가 아니어서 미세한 얼룩은 남았지만 만족한다”며 “이사한 지 얼마 안 돼 여전히 손볼 곳이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현관은 네이비색으로 칠하고 몰딩(창틀이나 가구 등의 테두리 장식)을 붙일 계획이다.

1인 가구 늘며 셀프 인테리어족도 증가

전·월셋집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자신만의 공간을 제대로 꾸미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고 싶지만 전문 업체에 맡겨 구조를 바꾸는 대공사를 할 세입자는 거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제이쓴의 좌충우돌 싱글라이프’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연제승 씨는 자신의 인테리어 비법과 과정·결과물을 공유하는 파워블로거다. 연씨는 “인테리어 작업 과정을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다 보니 블로그 애독자가 크게 늘었다”며 “지난 1년간 ‘오지랖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문의한 이들의 셀프 인테리어를 직접 도와줬는데, 해당 주택이 벌써 30가구를 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책,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홈쇼핑도 셀프족을 겨냥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지예 한샘 홍보팀 대리는 “최근 관련 서적 판매량과 홈쇼핑의 인테리어 제품 편성시간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건설경기 위축 속 인테리어 시장은 성장 지속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국면이 이어진 국내 건설·부동산시장과 달리 셀프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페인트 벽지 붓 등 기본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롯데마트의 가정 인테리어 용품 매출은 2008년을 100%로 설정했을 때 5년 만인 지난해 181.8%로 80%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페인트 매물은 34%가량 늘었으며 구입자가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가구’ 매출은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정수현 롯데마트 인테리어상품기획자는 “가정용 공구 등의 매출도 늘어났는데 특히 접착띠벽지, 데코시트 등 인테리어 소품과 수납용 DIY용품 매출이 증가세”라고 말했다.

이 결과 전체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 성장세도 빠르다. 손쉽고 간단한 셀프 인테리어를 넘어 업체를 통해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1980년 2조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2000년 9조1000억원에 이어 2020년엔 4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구업체와 건설사들이 인테리어 리모델링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판단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테리어+경매=재테크’ 공식도 부상

셀프 인테리어는 집안 꾸미기를 넘어선 재테크 방편으로도 떠올랐다. 세입자는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월세를 아끼기도 한다. 대학생 강지은 씨(24)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0만원으로 서울 노고산동 다가구주택에 산다. 본인이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욕실을 개조하는 조건으로 월세를 5만원 깎았다. 강씨는 “인테리어 비용이 20만원 정도 들었지만 2년간 월 5만원씩 아꼈기 때문에 100만원은 번 셈”이라고 말했다.

낡은 집을 경매로 낮은 가격에 낙찰받은 뒤 깔끔하게 인테리어해 비싸게 되파는 방법도 있다. A씨는 2012년 8월 서부지방법원에서 서울 갈현동에 있는 1989년에 완공된 다가구주택을 2억4800만원에 낙찰받았다. 유치권까지 설정돼 있어 여러 차례 유찰된 집이었다. A씨는 3000만원 가량을 들여 일부는 업체에 맡기고 나머지는 손수 고쳤다. 이 집을 최근 5억원에 팔았다. 법무법인 열린의 이성일 이사는 “산동네였는데도 새 집처럼 인테리어를 하니 비싼 값에 팔렸다”며 “유찰을 거듭하는 낡은 주택도 눈여겨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마감이 다소 거칠더라도 새로 인테리어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매매 때 다른 집과 차별화된다”며 “욕실 타일 교체나 페인트칠처럼 간단한 부분부터 시도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현진/이현동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