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편집’이 다시 방송가 화두로 떠올랐다. 악마의 편집이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출연자의 발언이나 행동을 편집으로 교묘하게 왜곡하는 것을 뜻하는 방송가 은어다.

최근 논란이 된 프로그램은 래퍼들의 서바이벌을 다룬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3’. 지난달 17일 타래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듣는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장면이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방송 후 타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작진이 “‘악마의 편집’을 했다”고 썼다.

이러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2012년 SBS 일반인 데이트 프로그램 ‘짝’에서 한 남성 출연자가 “제작진이 사적인 감정을 앞세워 자신을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한 여성 출연자가 촬영장 내에서 자살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K’의 경우 악마의 편집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독한 편집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시청률 때문이다. 지난달 악마의 편집 논란이 일었던 ‘쇼미더머니3’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더 세게, 더 자극적으로’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장 드라마’처럼 욕을 먹어도 흥행에선 성공을 거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가에는 변화의 조짐도 일고 있다. 악마의 편집 논란이 있을 때마다 ‘유감’이라는 입장 표명이나 출연자 탓만 하던 제작진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PD는 “긴장감을 인위적으로 강조한 편집의 힘보다 콘텐츠 자체의 힘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선영 한경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