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모디노믹스(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를 앞세워 ‘넥스트 차이나’의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인도는 그동안 경기 둔화와 정치 불안에 발목이 잡혀 있었지만 지난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사진)가 친기업·친시장 정책으로 인도 경제를 성장 가도에 올려놓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주식과 채권 가치가 동시에 오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앞다퉈 투자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인도에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20억달러(약 2조71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급성장하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했다. 지금은 20억달러 규모지만 2020년에는 3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앞으로 5년 내 인도 전역에 50개 매장을 추가로 열기 위해 1억196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월마트는 올 1월에도 2억1873만달러를 투자했다. 독일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은 인도에서의 자동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 2억4669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지난달 인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된 건 모디 총리 취임 후 인도가 경제 개방에 속도를 내면서다. 인도 정부는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철도, 국방 등 3개 분야의 외국 기업 출자 비율 한도를 최대 100%로 상향했다. 인도 정부는 그동안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 보유 한도를 산업별로 26~74%로 제한해왔다.

모디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7.3%였던 재정수지 적자를 올해 4.1%, 2015년과 2016년 각각 3.6%, 3%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4년 내 경제성장률을 최대 8%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자금 유입 가속화

인도 금융시장에 베팅하는 해외 투자자금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올 들어 인도 채권시장엔 135억달러의 글로벌 자금이 유입됐다. 복잡한 규제와 불안한 정치 정세로 80억달러가 빠져나간 작년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올 4월 연 9%를 웃돌던 인도 국채 금리(10년 만기)는 투자 수요 증가로 연 8%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부펀드를 비롯한 거액 자산가들이 루피화 표시 채권에 뭉칫돈을 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슈나무티 하리하르 퍼스트랜드은행 재무 담당자는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는 인도 국채 투자 한도에 걸려서 원하는 만큼 사들이지 못했다”며 “인도 중앙은행이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한도를 늘려준 데다 절대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아 인도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은 계속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주식시장도 고공행진 중이다. 해외투자자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인도 종합주가지수인 센섹스(SENSEX)는 올 들어 22.4%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디 총리의 경제 개혁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기대가 여전히 큰 상태”라며 “새 정부가 민족 간 화합, 규제 완화를 통해 인도 시장에 들어온 해외 투자자들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