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진행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 대해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이 '천하의 삼성이 이럴수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과 3주 만에 3분기 전망(가이던스)을 '맑음'에서 '흐림'으로 바꾼 데 대해 전략이 부재한 것 아니냐며 '이럴수가' 하는 지적이 있는 반면, 과거와 달리 솔직한 사업 전망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개선시켰다며 '이럴수가'하는 평가도 나왔다.

◆ 3주 만에 3분기 전망 '우울'로 급변 왜?

<출처: 한경DB>
<출처: 한경DB>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가진 컨콜에서 3분기에도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무선사업부는 경쟁심화에 따른 이익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고, 디스플레이 사업부도 예상과 달리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8일 2분기 잠정실적 때 내놓은 긍정적 전망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당시에는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컨콜에서 놀라웠던 건 지난 잠정실적 발표 때 이례적으로 제시했던 회사 측 설명자료와는 배치되는 내용의 가이던스가 제시된 점"이라며 "3주 만에 3분기 가이던스가 매우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잠정실적 당시 설명자료를 보면 무선사업은 신제품 출시에 따른 판매 증가로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며 "무선 제품 물량 성장에 따라 디스플레이 패널 판매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천하의 삼성전자가 불과 3주 만에 전망을 이렇게 바꿀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며 "그만큼 현재 정보기술(IT)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불확실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IT 환경이 녹록치 않아 전망이 바뀌게 된 것일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지나치게 '안일'하게 생각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선사업의 경우 스마트폰 재고조정이 마무리된만큼 3분기부터는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겠지만 실상 중국 등 해외 시장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

이 연구원은 "6월께 재고조정은 한 차례 끝났지만 수요 회복이 안되고 있다"며 "중화권 업체들의 빠른 추격으로 시장 경쟁이 예상보다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선 삼성전자로서도 기존에 하던 걸 더 열심히 하는 것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며 "뚜렷한 전략이 없는데다 전략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컨콜에서 "어떻게 하면 중국보다 나아지면서 성장할 수 있나"라는 애널리스트 질문에 "전략 모델에 집중하겠다" "중저가 제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식의 애매한 답변 밖에 내놓지 못했다.

◆ IT 환경 또는 판단 착오…소통 개선 평가도

대신증권은 삼성전자가 3분기 명확한 가이던스로 시장과의 소통을 개선했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이 증권사 김경민 연구원은 "2분기 실적부진 원인과 3분기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각 부문별 업황의 좋은 측면 만이 아니라 시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는 조정될 수 있지만 나중에 실제 발표되는 실적과의 괴리는 크게 축소될 것이란 게 그의 판단.

김 연구원은 또 컨콜에서 배당과 관련한 자세한 언급이 있었던 것도 좋게 바라봤다. 그는 "이번 컨콜에서 중간배당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가장 먼저 말했다는 걸 주목한다"며 "비록 배당금이 증가하진 않았지만 의사결정하게 된 배경과 시장에서 기대를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 답변을 제시한 게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명확한 가이던스 제시로 실적전망의 불확실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난해 2분기 이후 삼성전자 주가 할인 요인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