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국제 마장마술 그랑프리에 출전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아들 동선씨. 그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계획이다. 대한승마협회 제공
2012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국제 마장마술 그랑프리에 출전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아들 동선씨. 그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계획이다. 대한승마협회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동선씨(25·갤러리아승마단)가 승용마 경매사업에 나섰다. 국가대표 승마선수인 동선씨는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부문 금메달리스트다.

동선씨는 31일 “전지훈련 중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등 말산업 선진국을 방문해 승용마 매매가 활성화돼 있는 걸 봤다”며 “국내 시장이 아직 미미한 규모지만 앞으로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해 승용마 경매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동선씨의 제안에 따라 한화 로얄새들승마클럽은 내달 4일 경기 고양시 문봉동 승마장에서 승용마 경매시장을 연다. 국내에선 한국마사회 외에 민간에서 여는 첫 승용마 경매다.

승용마는 승마선수들의 국제종목(마장마술·장애물비월 등) 출전 또는 일반인들의 취미에 쓰이는 말로, 경마에 쓰이는 경주마와 구분된다. 독일은 승용마 생산이 전체 말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승마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승마장은 2010년 293곳에서 지난해 366곳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승마 인구는 2만5000여명에서 4만5000여명으로 80% 급증했다. 2017년까지 승마장을 500곳으로 늘리고 승용마 5만마리, 승마 인구 10만명으로 시장을 키운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말산업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볼 때 경마시장보다는 승마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다.

동선씨는 “승마 인구와 인프라는 계속 늘고 있지만 승용마 시장은 수요를 채우지 못해 선수들이 높은 가격에 해외에서 말을 수입해오고 있다”며 “승마팬들도 검증되지 않은 중간매매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큰 수익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동선씨는 “한화그룹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말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이번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승용마 매매가 활성화되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승마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주도를 ‘말산업특구’로 지정하고 승용마를 키우는 전문 농장을 현재 18곳에서 2017년까지 100곳으로 늘리기로 한 만큼 승용마 매매 시장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다.

한화그룹과 승마의 인연은 3대째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김종희 한화 창업주는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외국에서 말을 구해 와 한국 승마 대표팀이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도왔다. 김승연 회장의 애정아래 한화그룹은 ‘갤러리아승마단’을 운영하고 ‘한화그룹배전국승마대회’를 개최하면서 승마협회에 재정 지원을 해왔다. 로얄새들클럽은 이번 경매에 앞서 31일부터 8월2일까지 ‘테스트 라이딩’ 행사를 연다. 독일 산 ‘드 니그로’, 미국산 ‘크리스토퍼’, 프랑스산 ‘바신’ 등이 경매에 나온다.

동선씨는 내달 19일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할 계획이다. 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둬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의 장남인 동관씨(31)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태양광사업을 이끌고 있으며, 차남 동원씨(29)는 지난 4월부터 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마케팅팀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