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학자까지 거느린 보라스…'악마의 에이전트' 승승장구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추신수(32)는 지난해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약 1329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의 뒤에는 ‘악마의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스콧 보라스(61·사진)가 있었다. 보라스는 선수를 위해 구단으로부터 엄청난 연봉을 뽑아내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악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액 계약’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웠다. 1997년 그레그 매덕스의 5년간 5750만달러로 신기록을 세운 보라스는 이듬해 케빈 브라운을 LA 다저스와 계약시키며 1억500만달러를 받도록 해 사상 최초 총액 1억달러 이상 계약을 성사시켰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그를 거쳐갔고 류현진도 현재 그의 고객이다.

보라스의 힘은 ‘인력’에서 나온다. 그가 경영하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에는 75명이 일한다. 여러 명의 전직 메이저리거가 스카우터로 일하고 있고, 경제학자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공학자가 각종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다. 보라스는 이들이 수집한 정보와 타고난 달변을 이용해 협상을 승리로 이끈다. 보라스는 대형 계약 후 총액의 5%를 수수료로 받는다. 추신수는 수수료 650만달러(약 66억5000만원)를 보라스에게 줘야 한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기본 역할이 계약과 선수 자산 관리인 만큼 상업적·법률적 지식도 갖춰야 한다. 보라스도 마이너리그 야구선수 출신이지만 맥조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를 받았고 변호사 자격을 땄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선 축구 외에는 에이전트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그나마 해외 선수를 국내에 영입하거나 국내 선수를 해외로 진출시킬 때만 에이전트가 개입한다. 에이전트에 대한 인식이 약해 야구 등 다른 종목에선 선수가 직접 챙기거나 가족에게 맡기기도 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