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통일' Q50 인피니티 부활 이끌다
메르세데스 벤츠 C220, BMW 320d, 아우디 A4, 렉서스 IS250. 이들은 모두 자동차 마니아가 탐내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내놓은 콤팩트 세단이다. 콤팩트 세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웬만한 브랜드는 명함도 못 내미는 ‘명품 리그’처럼 보인다. 이 시장에 한 괴짜가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몸매를 다듬었고, 독일의 강한 심장과 포뮬러원(F1) 레이싱 유전자(DNA)를 담았다. 이 녀석의 펀치는 매서웠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가 올해 초 한국에 내놓은 콤팩트 세단 ‘Q50’의 이야기다.

미남이 쏘아올린 부활의 신호탄

'삼국통일' Q50 인피니티 부활 이끌다
Q50은 올 2월 국내 출시 후 지난달까지 총 1105대가 팔렸다. 6월 판매량은 391대. 이는 인피니티가 국내 론칭한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월별 판매 기록이다. Q50의 인기에 힘입어 인피니티의 전체 판매량도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독일차에 중독되다시피 한 국내 소비자들이 Q50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외관이다. 유려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주는 몸매를 갖췄다. Q50을 디자인한 시로 나카무라 부사장은 바다의 물결과 초승달, 바람 등 자연에서 받은 영감으로 이 차를 빚었다. 외관이 유려하다면 내부는 세밀하다. 운전석 계기판만 봐도 알 수 있다. 속도계와 엔진회전수(rpm)가 표시된 부분의 테두리에도 사선을 새겨 넣을 정도로 세부 사항에 신경을 썼다.

미들급 뺨치는 웰터급

'삼국통일' Q50 인피니티 부활 이끌다
Q50은 딱 봐도 다른 콤팩트 세단보다 덩치가 크다. 타보면 넉넉한 뒷좌석 레그룸(발을 놓는 공간)에 감탄하게 된다. 뒷바퀴 굴림 세단은 구동축이 차체 뒤쪽에 있기에 뒷좌석 공간이 좁은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Q50은 이를 극복했다. 크기를 키우고 내부를 치밀하게 설계해 최대한 공간을 확보했다. 실제로 Q50은 차체 길이가 4790㎜, 너비가 1820㎜, 높이가 1450㎜다. BMW 320d와 비교했을 때 166㎜, 10㎜, 21㎜씩 길고 크다. 휠베이스(앞뒤 차축 간 거리)도 40㎜ 길다.

Q50의 멋진 외관과 좋은 성능은 두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덩칫값 한다’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이다. Q50의 가죽시트는 몸을 편안하게 감싸 안는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 반응은 빠르다. 차체는 단단하면서도 공기저항계수가 0.26Cd로 낮게 설계돼 날렵하게 움직인다.

디젤 엔진과 신기술로 무장

Q50에 디젤 엔진을 얹은 것은 유럽 시장을 의식한 전략이다. 디젤에 꽂힌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2.2L 디젤 엔진을 가져왔다. 7단 자동변속기(벤츠)도 달았다. 엔진은 독일, 차체는 일본 기술을 결합해 경쾌한 가속감과 향상된 연비(15.1㎞/L)를 실현했다.

Q50은 독일 경쟁차와 비교해 봐도 가격 대비 경쟁력이 높다. 기본으로 LED 헤드램프와 안개등을 장착했고 주행모드로 스포츠, 노멀, 에코 등 5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보스(BOSE) 스피커는 차 안 14곳에 장착돼 고품질 음향을 즐길 수 있다.

‘DAS’ 기술도 흥미롭다. 이는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direct adaptive steering)’의 약자로 스티어링 휠과 조향축 사이에 기계적인 연결을 없앤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전기모터를 조작해 바퀴를 움직인다. 이 기술을 적용한 차는 Q50이 처음이다. 가장 큰 장점은 킥백(바퀴에서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반동)이 없다는 것. 운전자 취향에 맞게 스티어링의 반응 정도를 민감하게 혹은 여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촉망받는 미래

Q50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초 인피니티는 고성능 모델 ‘Q50 오 루즈’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 차 역시 세바스찬 베텔이 속한 포뮬러원(F1)의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 팀과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했다. 3.8L 6기통 트윈 터보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560마력, 최대토크 62.3㎏·m의 성능을 갖췄다. 아직 양산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출시 가능성은 높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고성능 모델을 기다리며 지갑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