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경찰이 송치재 주변 별장에서 유병언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이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일부 누리꾼이 전날 공개된 별장 내부 비밀공간에 유 씨의 안경이 있다(빨간색 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물건은 '쥐덫'이라고밝혔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경찰이 송치재 주변 별장에서 유병언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이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일부 누리꾼이 전날 공개된 별장 내부 비밀공간에 유 씨의 안경이 있다(빨간색 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물건은 '쥐덫'이라고밝혔다. 연합뉴스
'매실밭 안경' 대대적 언론 공개 후 주민 것으로 판명
檢·警, '수사·공조 부실' 유병언 사망으로 속속 드러나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냈다더니 딱 그 꼴입니다."

40일 전에 유병언의 시신를 발견하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경찰이 다시 한 번 체면을 구겼다.

당초 경찰은 지난 24일 오전 10시께 송치재 별장과 5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유 씨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을 발견했다며 안경과 현장을 전격 공개했다. 음주를 하지 않는 유병언의 소지품에 술병이 있었던 점 등 유 씨의 사망과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을 풀기 위해 집중 수색에 나선 결과였다.

하지만 유병언의 것으로 추정된다며 언론에까지 공개한 안경은 결국 유 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25일 0시께 "전날 발견한 안경이 유병언 씨 것이 아니라 매실밭 주인 윤모(77)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 씨의 안경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에 경찰이 안경을 습득한 매실밭 주인 윤 씨를 만나 그가 분실한 안경임을 확인받은 것.

하지만 경찰은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안경을 감정의뢰해 윤 씨의 안경인지를 최종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이 유병언의 안경을 발견했다고 공개한 직후 일각에서는 정황과 상태를 근거로 유 씨의 안경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한 바 있다.

주변 마을 주민 서모(62)씨는 전날 오전 주변 묘지에서 굿을 하는 인파가 오갔던 점과 지난 6월 매실 수확작업·예초작업 등으로 안경이 훼손됐을 가능성을 들어 유 씨의 안경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발견된 안경은 유병언이 평소 즐겨 쓴 안경의 형태와 달라 의심을 받았다.

수배 전단에 실린 유병언의 최근 사진을 보면 대부분 반무테 형태의 안경을 착용하고 있으나 이날 발견된 안경은 뿔테 형태의 안경이다. 게다가 유 씨는 돋보기 안경을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매실 과수원에서 발견된 안경은 난시 시력보정용 안경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유 씨 안경으로 추정한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안경의 외견상 흠집은 없었다"며 "안경점에서 급하게 알아본 결과 난시용 안경인데 눈이 나쁜 사람이면 누구나 착용할 수 있어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인터넷상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별장 비밀 공간을 촬영한 사진에 유 씨의 안경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찰은 "얼핏 안경처럼 보이지만 사진 속 물체는 쥐덫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변사체 엉터리 수사에 심한 압박을 받은 경찰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서둘러 재수색과 재수사에 나섰지만, 다시 허둥지둥 행보로 의혹과 추측을 양산하며 망신을 당한 꼴이 됐다.

또한 유병언의 시신 발견 이후 그동안 검·경이 수사 공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에 경찰 측 수사라인 경질에 이어 최재경 인천지방검찰청장이 미흡한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며 일각에선 "죽은 유병언이 여럿 잡고 간다"고 비웃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검경 수뇌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유병언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주목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