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오른쪽)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운데),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23일 서울 서초구 현대 HCN방송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사하기 위해 단상 앞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오른쪽)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운데),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23일 서울 서초구 현대 HCN방송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사하기 위해 단상 앞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 정의당 공동대표를 지낸 노회찬 후보가 사전투표일(25~26일) 이전인 24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진 사퇴하겠다고 22일 전격 선언하면서 허를 찔린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와 당 지도부가 서로 결정 책임을 미루며 ‘핑퐁 게임’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기 후보는 23일 서울 서초구 현대 HCN방송국에서 열린 후보 간 토론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협력의 과정”이라며 전날 노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수용했다. 다만 기 후보는 “(자신은) 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새정치연합 후보”라며 “당에서 책임있게 판단해 달라”고 주문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야권 승리를 위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양당 대표가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고 결론낼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 같은 당 대 당 차원의 야권 연대 논의를 재차 거부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한길 대표가 이미 지난 7월 초 심상정 원내대표를 만나 당 대 당 차원의 야권 연대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전달한 바 있다”며 “기동민·노회찬 후보가 가장 현실적이고 지지층에 감동을 주는 성과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시 당사자인 두 후보에게 공이 넘어간 셈이다.

노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자고 주장하는 데 반해 기 후보는 현실적으로 시한이 촉박한 만큼 담판으로 결정하자며 맞서고 있다. 기 후보와 노 후보는 이날 오후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1시간 정도 만나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기 후보는 노 후보에게 “선배니까 양보해 달라”고 말했다고 박원석 정의당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두 후보는 24일 오전 다시 만나 논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노 후보가 단일화가 안되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한 만큼 결과적으로 단일화는 되겠지만 합의를 통한 ‘아름다운 단일화’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기 후보 입장에서 20년 지기의 희생까지 감수하고 당의 전략공천을 수용했는데 이제 와서 담판으로 후보직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단일화 시한을 정한 노 후보가 ‘아름다운 양보’를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의 본선 승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CBS가 19~20일 동작을 주민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 후보는 나 후보(46.5%)와의 양자 대결에서 38.4%의 지지율을 얻어 열세를 보였다. 반면 노 후보(41.9%)는 나 후보(42.7%)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여 본선 경쟁력에서는 기 후보에 우위를 점했다.

21일부터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면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그대로 명기돼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야권 단일화 논의에 대해 “묻지마 단일화”라며 강력 비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단일화는 구태정치로 나가는 국민 기만 과정일 뿐”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동작을 선거가 정치판 선거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야권이 연대한다면 저는 동작 주민들과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