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개봉하는 사극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은 “제 미천한 몸뚱이로 위대한 존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중압감에 눌려 연기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오는 30일 개봉하는 사극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은 “제 미천한 몸뚱이로 위대한 존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중압감에 눌려 연기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임진왜란 6년째인 1597년, 누명을 쓰고 파면당한 이순신 장군은 국가 위기 앞에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장군은 남은 단 12척의 배로 왜군 함선 330척과 맞선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김한민 감독의 ‘명량’ 이야기다.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승전사로 기록된 명량대첩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에는 총 200억원이 투자됐다.

이 작품에는 사실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전투 신에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卽生 必生卽死)’는 장군의 임전훈이 관통하고 있다. 영화는 뛰어난 지략을 지닌 적장 구루지마(류승룡)와의 대결을 기둥 줄거리로 충무공의 고독한 리더십, 조선인의 절박함과 비장감을 장중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순신 장군 역을 해낸 최민식(52)을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난중일기’를 읽어보니,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자신을 죽이려 한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는, 너무나 완벽한 인격체였어요. 위대한 존재에 대한 중압감에 짓눌렸습니다. 내 미천한 몸뚱이로 이 분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 굉장한 딜레마였어요. 내가 그 분의 눈빛, 호흡, 걸음걸이를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까. 가르쳐달라고 그 분에게 기도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너 인마, 흉내 냈을 뿐이야라는 말이 귓전을 맴돌 정도로 연기에 대한 강박이 큽니다.”

그는 다른 배역처럼 자신이 상상하는 대로 하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함부로 표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해서였다.

“장군이 적어도 부하들 앞에서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을 겁니다. 혼자 있을 때에야 ‘살짝’이나마 무너졌을 거예요. 효심 많았던 분이라 어머니의 위패 앞에서는 하소연이라도 했을 거라고 상상했어요. 그런 모습을 표현했어요.”

극 중 최민식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절제됐다. 내면의 소용돌이가 이따금 비치기는 하지만. 그는 동료들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 덕분에 자신도 몰입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영화의 백미는 한 시간이 넘는 전쟁 신이다. 이순신 장군에 관한 이전 영화들보다 기술의 발달로 전투 신이 박진감 넘치고 실감 난다. 회오리가 도는 바다 위에서 함선들이 휘돌며 부딪히고, 그 배들을 넘나들며 병사들이 펼치는 백병전은 압권이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이걸 왜 찍느냐고 반문했죠.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은 명량해전과 충무공에 대한 역사적 팩트만 고스란히 전달해도 영화적 감동이 있을 거라고 자신했어요. 충성, 의리, 조국 등 우리가 고루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이 시대에 다시 끄집어내는 것도 또 다른 감동을 줄 것이라면서요.”

최민식은 “김 감독은 이 영화가 성공하면 ‘한산’과 ‘노량’까지 3부작을 만들 계획”이라며 “하지만 지금 저로서는 끔찍한 현장에 다시 서고 싶지 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