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랑21에서 시간선택제로 근무하는 여선영 씨(왼쪽 두 번째)와 정희숙 씨(세 번째)가 방과후학교 업무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백승현 기자
교육사랑21에서 시간선택제로 근무하는 여선영 씨(왼쪽 두 번째)와 정희숙 씨(세 번째)가 방과후학교 업무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백승현 기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지만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것보다 하루 6시간 방과후학교 업무를 지원하고, 저녁시간은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게 좋아요.”

인천 연수동에 있는 사단법인 ‘교육을 사랑하는 사람들 21’(교육사랑21)에 근무하는 여선영 씨(41)는 오전 9시30분에 출근해 오후 4시30분에 퇴근한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은 하루 6시간, 주 30시간이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여씨는 “아침에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퇴근 후에 다시 데리고 집으로 간다”며 “이만한 직장이 없다”고 말한다.

교육사랑21은 1998년 설립된 비영리 교육단체로 인천지역 각 학교와 협약을 맺고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지원,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단기 대안학교(꿈둘레학교),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한국향토사랑청소년봉사단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상근 직원은 20여명, 봉사활동 인원은 300명이 넘는다.

여씨가 교육사랑21에 입사한 것은 2012년 9월. 대학 졸업 후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결혼 뒤 아들이 태어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살림과 육아에만 전념했던 8년,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일곱 살이 되면서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갈 데가 없더라고요. 지역 고용센터도 가보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대형마트 일자리밖에 없더군요. 아이 때문에 늦은 퇴근은 곤란했거든요.” 그때 여씨가 찾은 곳은 고용노동부의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인 ‘워크넷’. 교육사랑21에서 방과후학교 업무지원 및 학부모 상담 요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접하고 원서를 냈다.

“배우지 못한 것도 아니고, 몸이 불편한 것도 아닌데 집에서 살림만 하다 보니 우울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나 자신에 대한 가치도 찾은 것 같고, 무엇보다 아들 녀석이 엄마를 자랑스러워해서 좋습니다.”

지난 4월 여씨와 마찬가지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교육사랑21에 합류한 정희숙 향토사랑청소년봉사단 간사(35)도 워크넷을 통해 교육사랑21에 들어왔다. 대학 졸업 후 병원에 근무하며 건강보험 심사 청구 일을 해오던 정씨는 아동교육 분야에 관심이 생겨 2010년 방송통신대 청소년교육학과에 편입해 2012년 졸업했다. “예전에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때는 실적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했어요. 하지만 여기는 파트타임 근무를 하지만 고정적인 월급과 정기휴가가 있는 데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교육사랑21의 전체 직원 중 시간선택제 근로자 비중은 30%가 넘는다. 1998년부터 교육사랑21을 이끌고 있는 이경희 이사장은 “자녀를 키우거나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업무 이해도가 높아 앞으로도 채용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