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낸 법인세가 2012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데다 정부가 금융회사의 금리와 수수료를 통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 탓에 순이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가 국가 세수 감소라는 역설적인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3일 금융당국과 세무당국에 따르면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업을 영위하는 법인 약 1만7000개(지역조합 및 보험 대리점 등 포함)가 지난해 낸 법인세는 4조원으로 집계됐다. 2012년의 10조7000억원보다 62%(6조7000억원) 줄었다.

금융회사 법인세가 급감함에 따라 전체 법인세 수입도 2012년 45조9000억원에서 작년엔 43조9000억원으로 2조원 감소했다. 전체 법인세에서 금융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3.3%에서 9.1%로 뚝 떨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2012년과 2013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이 없었다면 법인세 세수 감소폭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의 법인세(최고 세율 22%)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순이익은 2011년 20조2000억원에서 2012년 15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작년에는 9조7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나다시피 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영업환경이 나빠진 상황에서 정부가 금리와 수수료율을 동결하거나 인하토록 유도함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각종 수수료율 50% 일괄 인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은행 가산금리 통제, 보험사 보험료 인상 억제 등의 규제조치를 취해왔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금융산업의 틀을 무시한 채 근시안적인 규제를 남발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