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재료와 레시피 배송 서비스인 테이스트샵의 김규민 대표(맨 왼쪽)와 직원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요리 재료와 레시피 배송 서비스인 테이스트샵의 김규민 대표(맨 왼쪽)와 직원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TV 요리 프로그램에서는 항상 멋지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 비법을 소개한다. 하지만 막상 그 레시피를 따라 음식을 만들려고 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레시피에 나오는 식재료가 마트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많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사는 경우에는 식재료가 남아 다 못 먹고 버리는 수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스타트업이 있다.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와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보내주는 ‘테이스트샵’이다.

○레시피별 식재료 계량·배달

테이스트샵은 집에서 직접 폼나는 요리를 해보려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서비스다.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를 공개하고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꼭 필요한 만큼 보내준다. 식재료가 남아서 골치 썩을 필요가 없다. 래디시, 바질, 처빌 등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식재료도 한꺼번에 보내주니 오리지널 명품 요리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다. 홈페이지(www.tasteshop.co.kr)에서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기만 하면 된다.

요리당 2인분 기준 1만6000~2만원 정도다. 김규민 테이스트샵 대표는 “나 혼자 먹기보다는 특별한 사람과 나누기 위한 경우가 많아 인기가 좋다”며 “특히 신혼부부나 이성 친구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명 셰프들의 비법을 담은 레시피는 서비스 이용자를 요리 전문가로 만들어준다. 특히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준다는 비법의 특제 소스가 동봉된 것도 요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다.

○공장까지 직접 운영

테이스트샵은 이제 갓 두 달 된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가 스타트업 보육기관인 ‘프라이머’에서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디어를 냈다. 전통조리과 학생이던 헤어진 여자친구가 떠오른 것. 결국 130여개 업체가 참가한 프라이머 주최의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나가 2위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KBS의 스타트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천지창조’에서 최종 12인에 들기도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 난관을 헤쳐왔다. 처음 맞닥뜨린 문제는 식재료 공장 확보였다. 기존 공장은 큰 물량이 아니고는 계약이 불가능했다. 직접 공장을 살 수밖에 없었다. 테이스트샵은 소규모 식품 공장을 운영하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무실도 여러번 옮겨 다녔다. 처음에는 서울 강남구청의 지원으로 사무실을 얻었다. 하지만 곧 사용기간이 만료돼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김 대표의 자취방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주최한 경진대회에서 수상해 사무실 입주권을 따냈다.

○신선한 재료 구하는 비법

챙겨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명 셰프들을 쫓아다니며 요리비법을 털어놓도록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식재료 유통망을 관리하는 것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매일 오전 6시에 시장에 나가서 경매에 나온 물건을 확인하고 좋은 재료를 낙찰받은 상인에게서 바로 사온다. 보통 도매상인들은 재고품을 먼저 팔기 위해 그날 낙찰받은 신선한 물건은 숨겨놓기 때문이다. 특히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따로 숨겨놓고 관리하는데 이걸 알아야 좋은 재료를 확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축산물유통법 식품위생법 주류법 등 수많은 규제 탓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돕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