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춘 집결지' 강남 엘루이호텔에 무슨 일이…
지난달 18일 서울 광장동 한 특급호텔의 고급 객실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3일 전부터 투숙한 이 남성이 좀처럼 외출하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종업원이 직접 객실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청담동 엘루이호텔(사진)의 사장 문모씨(47)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스스로 팔목에 낸 자상(刺傷)으로 인한 과다출혈이 사인이었다”며 “운영하던 호텔의 경영 악화를 비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가 투숙한 기간에 객실에 드나든 사람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문씨는 젊은이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나이트클럽 ‘줄리아나’(현 클럽엘루이)가 있던 엘루이호텔의 경영권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2000년부터 운영해왔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부동산 업계에선 “한때 굉장히 잘나가던 호텔 중 하나였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영업 부진에 시달려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얘기가 돌았다.

서울 청담동 영동대교 남단에 위치한 엘루이호텔은 1992년 에머랄드호텔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1997년 리뉴얼을 거쳐 재개관한 뒤엔 엘루이호텔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리베라호텔·프리마호텔과 더불어 청담동 일대의 주요 특2급 호텔로 자리를 잡았다.

엘루이호텔이 ‘강남 청춘의 집결지’로 불렸던 것은 지하에 있던 나이트클럽 ‘줄리아나’의 유명세 때문이었다. 연예인들이 즐겨 찾았던 줄리아나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강남의 20~30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만남의 장소로 통했다. 줄리아나가 문을 닫고 2011년 증축돼 개관한 클럽엘루이 역시 화려한 시설과 큰 규모(4000명 동시 수용)로 한동안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대형 클럽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엘루이호텔은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의 주요 수익원인 클럽엘루이 역시 인근 지역에 새로 문을 연 ‘옥타곤’ ‘신드롬’ 등 대형 클럽의 공세에 밀려 실적이 악화됐고 지난달부터는 휴업에 들어갔다.

문씨가 숨진 뒤 유가족들은 엘루이호텔을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로 내놓았다. 하나금융지주 등이 이 호텔을 인수해 사무실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